바이오젠·에자이·일라이릴리 등 해외사는 허가 신청 진행 중
한국제약 바이오 협회 "국내 제약사 두드러진 성과 없어"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최근 소통 전문 강사 김창옥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고백하며 많은 이들의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머릿속의 지우개'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에 이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것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에 해당한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시중에 나온 치료제는 제네릭(복제약)과 전통적인 성분인 도네페질, 메만틴 등이 함유된 의약품에 불과한 실정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2020년 5430만명에서 2030년 747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전체 환자의 10~15%는 60세 미만에 조기 발병 환자이다. 또한 2032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4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돼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치료제 개발은 해외 제약사들이 허가 신청과 임상 3상시험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레켐비(성분명: lecanemab)는 올해 하반기 미국과 일본에서 허가됐다. 레켐비는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으로 임상 3상시험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약 27% 늦춘 것이 확인됐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호주, 브라질 등에 허가를 신청했다.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은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35% 늦췄고 위약 군 대비 다음 단계로 질병이 진행되는 위험을 39% 낮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라이릴리는 도나네맙을 FDA의 허가 신청을 했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보류한 상태이다.
디앤디파마텍은 'NLY01'의 글로벌 임상 2상의 톱라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차 평가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동아ST는 패치형 치매 치료제 'DA-5207'의 임상 1b상 결과 보고서를 완료한 후 개발을 중단하고 '연구개발 실적' 목록에서 제외했다. 동아ST 관계자는 "해외 기술수출 등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자 인도에서 임상 1a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뉴로스템'을 개발 중이다. 뉴로스템은 개발 당시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을 감소시켜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해 9월 FDA에 뉴로스템 1/2a상 임상시험에 대한 임상 개시 보류를 신청한 상태이다.
일동제약은 치매치료제 'IDI201'을 개발 중이다. 2019년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았지만 코로나19로 피시험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개발이 중단된 상태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임상 참여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고 2019년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임상 진행이 여의치 않았다"며 "현재도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지 않고 차후 계획은 확답을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GV1001'의 국내 2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국내 3상 임상시험을 삼성제약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 바이오 협회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성과를 내고 있는 제약사는 거의 없다"며 "국내 제약회사에서 개발돼 시중에 나온 치료제는 아직 없고 다 제네릭(복제약)이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산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상용화를 위해 국가임상시험 지원재단은 만 55세 이상 90세까지의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경구용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인 'AR1001'의 3상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했다.
박인석 국가임상시험 지원재단 이사장은 "공공성, 신뢰성, 투명성을 확보한 한국임상시험 참여포털을 통해 참여 희망자에게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고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국민의 신약 접근성 강화와 신약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 피질에 침착되면서 미세출혈이 발견되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은 노화에 의한 부분이 있어서 치료제로 완치가 되긴 힘들어도 진행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는 있다"며 "뇌부종, 뇌 미세혈관 출혈 등 개발 중인 치료제의 최대 부작용이 지금으로써는 높은 수치로 보인다. 부작용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 추가 연구가 아직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