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법(개정)에 의한 디젤트럭 생산규제, 최근 결정된 중국의 요소수 한국 수출 보류 조치, 전기트럭의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불편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 등이 대두되면서 이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운 액화석유가스(LPG)트럭이 1톤트럭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트럭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기아는 생산량을 확대, 늘어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의한 디젤트럭 신규등록 금지에 따라 친환경 연료인 LPG를 사용한 LPG트럭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LPG 엔진을 얹은 포터2 LPG를 출시했고, 기아는 같은 달 23일 포터2 LPG와 엔진을 공유하는 봉고3 LPG를 선보였다. 두 트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 충전비로 기존 디젤 터보 엔진 대비 연간 약 70만원의 유류비 절감이 가능, 뛰어난 경제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등 여러 유해가스 배출도 크게 줄였다.
출력 역시 강하다. LPG 엔진은 과거서부터 택시 등 다양한 이동수단에 널리 쓰여왔고, 이에 따라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LPG트럭의 최고출력은 159마력으로, 기존 디젤 트럭 대비 26마력 더 세다. 가격도 2000만원대 초반으로 합리적이다. 노후화된 디젤트럭을 폐차하고 새롭게 LPG트럭을 구매할 경우 정부의 'LPG트럭 신차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최대 900만원(LPG트럭 신차구입 보조금 100만원, 배출가스 4등급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 800만원)의 혜택을 받으면 1000만원대 중반에 구매 가능하다.
강점이 많은 만큼 시장 반응은 뜨겁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현대차·기아 총합 4만대에 육박하는 누적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차에 대한 긍정적 인식, 기존 디젤트럭보다 저렴한 연료비, 강한 출력 덕분"이라면서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자 내년 LPG트럭 생산량을 11만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협력사와 공유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LPG트럭이 중국의 요소수 한국 수출 보류 조치를 극복하는데도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디젤트럭은 지난 2015년 강화된 유럽 배출가스규제 기준인 유로6에 따라 후처리장치 SCR(선택적촉매환원법)에 필요한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한 번 넣으면 3000km가량을 주행할 수 있고 요소수가 부족하게 되면 차량 시동이 꺼지거나 출력 저하가 발생해 정상 운행이 어려워진다.
반면 친환경 연료인 LPG를 사용하는 LPG트럭은 탄소배출과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국내외 기준을 충족해 별도의 후처리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LPG트럭이 1톤트럭 시장 주류로 자리잡는다면 요소수 공급난으로 인한 운행 중단 가능성 등 시장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트럭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기트럭은 일반 전기 승용차 대비 보조금도 2배 가까이 많아서 다수의 선택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LPG트럭처럼 디젤트럭 폐차 지원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200km 초반대의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로 인해 하루에 2번 정도 충전기를 물려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주행가능거리를 대폭 늘리거나 충전속도를 높이지 않는 이상 대중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낮은 초기 비용과 전국 곳곳에 자리한 충전소를 확보한 LPG트럭은 미래 무공해차로 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친환경화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모델"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에서 LPG차 보급 확대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대한LPG협회는 현대차·기아 LPG트럭 판매 촉진을 위해 포터2, 봉고3 LPG트럭 계약자를 대상으로 LPG충전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LPG트럭이 소상공인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친환경 화물차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