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연체율 급증 탓에 대출 문턱 높여
업계 "법정 최고금리 완화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중금리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취약계층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2.9%(4조6244억원) 줄었다.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도 39만1506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37.4%(23만4364건) 감소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 자체적으로 신용 하위 50%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상품이다. 금융위원회가 반기마다 대출 금리상한을 조정하는데,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17.5%이다.
법정 최고금리(20%)와의 격차가 2.5%p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이 민간 중금리 대출을 급격하게 줄인 이유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2022년 연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은행과의 자금조달 경쟁을 위해 7%대 수신상품을 내놓았는데, 이는 이자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예·적금 등 수신 상품 판매를 통해 대출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은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79곳이 예금이자로 지출한 이자비용은 2022년 말 2조9177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3508억원으로 2조4331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 이자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9조6581억원에서 10조7501억원으로 1조92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자로 벌어들인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커지면서 이자이익은 1조3411억원(전년 대비 19.9% 감소) 급감했다.
또 건전성 악화도 민간 중금리 대출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6.55%로 1년 전(3.14%)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7.22%로 전년 말(4.08%)과 견줘 3.64%p 올랐다. 급격히 늘어난 연체율과 부실 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중금리 대출을 공격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과 대부업 등 다른 금융업계도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연체율 상승과 법정최고금리 제한으로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기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작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1만3751건으로 전년 1만913건 대비 26% 증가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을 막기 위해 우수대부업체 제도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업계에선 저신용자 보호를 위해 법정 최고금리 완화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한도 상한제가 오히려 중저신용자 대출을 발목 잡을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저축은행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해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대출금리 상한을 가로막다보니 신규 대출 취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