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계 함정' 빠진 2%대 물가
[기자수첩] '통계 함정' 빠진 2%대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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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빠르게 안정화 될 것입니다."

불과 한달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한 발언이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 석달 만에 2%대에 안착했다. 정부도 국제유가 등 다소 불안요인이 있지만 전반적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2%대 물가 기조가 정착될 때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근 금(金)값이 된 사과 가격은 일년새 80% 넘게 올랐으며, 사과 대체재라 할 수 있는 배 가격 역시 두배 넘게 뛰었다. 특히 농산물을 중심으로 밥상물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몇배로 뛴 상태다.

물가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 간 간극이 벌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많은 이들이 주로 지목하는 것은 물가 산정 방식이다. 일반 가계에서 주로 소비하는 식품이나 생필품의 가중치가 낮아 체감물가 상승분이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매일 먹는 식품가격은 폭등하는데, 몇 년에 한번 살까말까하는 가전제품 가격이 크게 내렸다고 가정하자. 이로 인해 전체적인 물가상승세가 꺾였다고 해도, 국민 피부에 와닿는 체감물가와는 온도차가 클 수밖에 없다. 4월 소비자물가는 역설적으로 통계가 국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물가안정대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초 정부는 먹거리물가의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율 상향과 직수입 과일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작황부진 등으로 공급물량 자체가 부족한데다, 수입물량 확대 대상이 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 등과 같은 비선호 대체품에만 한정됐다.

지금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살인적인 물가는 시장 상황과 국민들의 소비 수요를 전혀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다. 결국 정부는 햇과일이 나오는 7월 이전까지 과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과일가격을 잡는 것을 일부 포기해버린 상태다.

3일 오전 물가관계부처회의에서 언급된 "물가는 국민의 첫 번째 관심사이자 정책 성과를 바로 체감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지금의 상황과 대입해보면, 여태까지의 정책성과가 실패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에 가깝지 않을까.

정부는 이제라도 장바구니 물가에 시름하는 국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에 신경써야 할 때다. '통계함정'에서 벗어나 국민 피부에 와닿는 물가정책을 내놓는 것이야 말로 정책 성과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왕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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