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글로벌 증시가 급락, 패닉에 빠졌다.
미국의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6.8로 예상보다 부진했고, 실업률도 약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은 금리 정상화를 주장하면서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 종목들이 7월 들어 하락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노출됐고, 휴일 직후 처음 열린 한국(-8.77%)과 일본(-12.39%) 증시는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아시아권부터 순서대로 시장이 열릴 때마다 폭락 장세가 이어졌다. 정점에 있는 미국의 나스닥(-3.43%)과 S&P500(-3.00%)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너무 과도한 반영이었음을 보여주려는 듯 각종 지표들은 다시 수정된 결론을 잇따라 내놨다.
먼저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등판해 "금융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엔 캐리 청산이 주춤했는지 달러·엔 환율은 안정을 찾았다.
주간마다 발표되는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직전주보다 1만7000명이 감소한 23만3000명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고, 경기침체 우려를 크게 낮췄다.
미국 기술주들은 시장 예상치보다 하회하는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도 최근 이들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하락 원인들이 차례차례 해소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5일 하루만에 -8.77% 급락한 이후, 8일까지 하락폭이 -4.46%로 줄긴 했지만 겨우 4% 회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은 -12.39%에서 -3.00%로, 대만 가권은 -8.35%에서 -3.55%로 회복했다.
미국 주요지표들은 모두 0%대 하락률로 회복했으며,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동남아 지역과 유럽 증시도 대부분 0%대 하락률까지 올라왔다.
국내 증시의 허약한 체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코스피는 대외적인 변동성에 항상 급격하게 반응했고, 그 때마다 허약 체질을 지적받았다. '미국 증시가 콜록거릴 때 국내 증시는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일상이 됐을 정도다.
하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치명적이다. 기업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상당히 중요한데 최근의 시장 상황은 '과연?'이라는 의문을 남겼다.
소나기는 처마 밑에서 잠깐 피하면 금방 길을 나설 수 있고, 장마는 우산을 미리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신뢰를 잃은 코스피에서는 이번 하락장이 소나기인지 장마인지 좀처럼 가늠하기가 어렵다. 허약체질이 비를 잘못 맞았다가는 크게 앓아누울 수 있다.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는 '매도'라는 우산을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투자자와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잠깐씩 비를 피해 다니는 '단기 투자자'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