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밀실 이사회" vs "통상적 바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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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vs "최 회장 투자에 의문"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참전 이후 해소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고려아연 사외이사는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로 규정한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고려아연 경영진은 그동안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건전하게 운영돼왔다"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 인해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 구성원과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결국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것임이 거의 분명한 만큼 국내 주요 기업들과 협업해 확보한 국가 기간산업과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 약 7~14.6%를 주당 66만원씩 총 2조원을 들여 공개매수한다고 공고했다. MBK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의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영풍보다 1주를 더 갖게 돼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고려아연 사측은 "공개매수 결정은 회사 운영에 있어 중대한 결정이었지만 이에 대한 결정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면서 "MBK는 영풍 사외이사 3인의 '밀실 이사회 운영'부터 지적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영풍의 이사회는 총 5인이지만 사내이사 2인인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문제로 구속된 상태라 현재 비상근 사외이사 3인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영풍정밀은 영풍의 비상근 사외이사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또 경영상 권한이 없는 장형진 고문이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영풍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의 판단을 요청했다.

영풍정밀은 "영풍과 동일인 장형진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기업 가치 제고나 주주들의 이익에는 아무런 관심없이 오로지 당사를 고려아연 인수를 위한 도구로만 활용하는 것으로서 적대적이고 약달적인 M&A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지분 1.9%를 보유중인 영풍그룹 계열사다. 이 때문에 MBK가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지분 약 43.43%를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 한다고 공시했다.

MBK는 오히려 고려아연 이사회의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반박했다.

MBK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MBK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 주도로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를 지속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MBK와 영풍 등에 따르면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다. 또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 출자금의 80~90% 이상이 고려아연에서 출자됐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에 활용된 원아시아파트너스 하바나1호 펀드는 고려아연 지분이 99.8%에 달한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니오홀딩스도 투자 당시 매출이 29억원이었지만, 5820억원에 기업을 인수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원으로 사실상 부채가 거의 없는 회사였는데 최 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이후 1조3000억원 수준으로 35배 가량 늘었다"면서 "2019년 이후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들이 누적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독립리서치플랫폼 '스마트카르마'는 "MBK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분석해 MBK 측에 힘을 실어줬다.

스마트카르마는 최근 5년간 인도와 중국 제련업체와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비교하면서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반면, 고려아연은 최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있던 몇 년간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려아연은 본래 영업마진, 영업현금흐릅, 잉여현금흐름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기업이라 지난 5년간 유통 주식 수를 줄였어야지 늘리면 안됐다"고 지적했다.

MBK측은 이번 공개매수는 통상적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으로, 적대적 M&A를 하는게 아니며, 중국에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광일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자는게 영풍과의 거래 배경"이라며 "1대 주주인 영풍과의 합의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 이번 공개매수는 적대적 M&A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MBK는 최 부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두번이나 진행하는 등 제3자를 주주로 들이면서 공동경영을 파기하려는 뜻으로 영풍은 해석했다며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결단에 따라 공동경영 정신을 이 세대에서 끝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중국 매각 우려에 대해서는 "국가기간압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과 영풍, 영풍정밀 등 이번 경영권 분쟁에 엮인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3일 이후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지난 12일 종가가 55만6000원이었으나 13일 19.78%, 19일 6.16%, 20일 3.96% 올라 불과 3일만에 33.99% 상승한 73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영풍은 12일 29만70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13일과 19일 모두 가격 상한선까지 올랐고, 20일에도 13.77% 상승하면서 3거래일간 91.92% 오른 57만원이 됐다.

영풍정밀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으면서 12일 9370원에서 20일 2만550원으로 119.32% 급등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인연은 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창업한 영풍기업사에서 시작된다.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준공한 데 이어 1974년 경남 온산면에 제2제련소로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1990년대 들어 영풍은 2세인 장형진 회장이, 고려아연은 최창걸 회장이 전담 경영했다. 

다만, 최창걸 회장 등 최씨 일가가 2000년대 들어서 보유중이던 영풍 지분을 매각했고, 영풍은 자연스럽게 장씨 일가가 지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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