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인수 시도하는 사모펀드···국가기간산업 '흔들'
고려아연 인수 시도하는 사모펀드···국가기간산업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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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와 휴스틸, 한국금거래소 등 80여 개 고객사 '품질 유지 요청서' 제출
업계,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품질저하 우려···사실상 고려아연에 대한 지지선언 해석
고려아연의 온산공장 전경 (사진=고려아연)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기간산업을 두고 펼쳐진 사모펀드와 고려아연과의 갈등에 해외 기술 유출, 품질 저하 등의 우려가 나온다.

23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와 휴스틸, 한국금거래소 등 고려아연의 80여 개의 주요 고객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인한 품질 저하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투자수익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단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독단적인 경영을 실시하고, 투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아연, 연, 귀금속, 반도체 처리용 황산 등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현재 200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40%에 해당하는 80여개의 고객사가 '품질 유지 요청서'를 제출했다. 품질 유지 요청서는 품질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현재와 같은 정도의 품질을 요청하는 문건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고객사들이 사실상 고려아연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을 내놨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영풍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과 최고경영자·최고재무책임자 지명권 등을 가진 MBK파트너스가 주도하게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 에너지-이차전지 소재 사업-자원순환 사업 등 3개의 축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관련 분야 개척을 통해 2033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또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중국 벨류체인 구성 또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LG화학의 합작사로 연산 2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 자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단계에서 경영권의 불안정화는 안정적인 벨류체인 구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의해 향후 고려아연이 매각될 경우, 국내 최고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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