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 이라크 뚫었으나···LIG넥스원·한화, 가격·납기 놓고 '갈등'
천궁 이라크 뚫었으나···LIG넥스원·한화, 가격·납기 놓고 '갈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IG넥스원 단독으로 수출계약 추진···"한화, 검토요청 응하지 않아"
천궁 II 유도탄 발사 장면. (사진=방위사업청)
천궁-Ⅱ 발사 모습 (사진=LIG넥스원)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LIG넥스원이 한화그룹 방산업체들과 합의없이 이라크 천궁-Ⅱ 수출 계약을 추진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이라크의 '긴급요구'로 부득이하게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장은 지난 23일 경기 성남 LIG넥스원 판교하우스에서 열린 'LIG 글로벌 데이'에서 언론 질의에 "이라크와의 협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빠른 6개월 정도에 마무리가 됐다"며 "그 과정에서 이라크 측이 여러 업체들의 방문 필요없이 주계약업체가 와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중순 한화 본사를 직접 찾아가 '가격과 납기 등에 대해 신속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답이 제대로 안왔다"고 덧붙였다.

천궁-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연구개발 무기다. LIG넥스원이 교전통제소와 유도탄을, 한화시스템이 레이더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를 각각 생산한다. 군 당국에 의해 이들 체계 종합은 LIG넥스원이 맡고, 한화 계열사는 부체계를 담당한다. 따라서 수출 과정에서 대표는 LIG넥스원이다. 다만 사전에 한화 측과 가격과 납기 일자 등을 협의해 본계약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IG넥스원은 한화의 무응답을 이유로 이라크와 계약을 단독 추진했다. 약 3조7000억원 규모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지난 7월 중순께 LIG넥스원 문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이후 7월 말 '조건부 납기' 등으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LIG넥스원이 별 얘기 없이 이라크와 협상을 진행, 계약 체결 이후에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사업 검토 과정에서 이라크의 대금 지급 여력과 미군 철수 등의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라크 사업에서 낭패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맡았던 한화 건설부문은 내전으로 10년간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대금 역시 제대로 받지 못했다. 올해 부분적인 공사 재개가 이뤄졌지만 정상화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가 천궁-Ⅱ 대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2026년 완전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2011년 철수했다가 3년 뒤 이슬람국가(ISIS) 세력 확장으로 다시 파병했다. 철군 이후 ISIS 재확장으로 치안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기 체계 수출 이후 현지에서 교육훈련과 기술지원 등을 해야 하는 우리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직원 안전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천궁-Ⅱ 이라크 수출 문제가 업체 간 갈등 양상으로 흐르면서 방위사업청은 전날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를 불러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3사의 입장차는 첨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