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경쟁에 오일머니 참전?···"아직은 시기상조"
반도체 패권 경쟁에 오일머니 참전?···"아직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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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삼성전자·TSMC와 반도체 공장 논의
중동국가 AI 경쟁에 데이터센터 유치 붐
"자원·인력 인프라 부족···中과 관계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3·4호기 건설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022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반도체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열린 가운데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국가도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전자, TSMC가 UAE와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UAE가 복합 산업단지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TSMC의 공장을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중심이며 총 비용은 1000억달러(약133조6000억원) 규모다. 

WSJ는 현재 양측의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으며 실현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다량의 정제수가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또 현지에서 근무할 기술자를 확보하는 문제도 있고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북미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어 추가 공장 설립 여력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다만 UAE 정부가 2021년부터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산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고 반도체 패권이 글로벌 경제 패권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UAE의 AI 국영기업인 G42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투자유치에 나선 만큼 중동 반도체 시장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4월 G42에 약 2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MS는 G42에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하고 미세 조정하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AI칩의 MS 서비스 판매 권한을 부여한다. 

G42는 이와 함께 최근 엔비디아와도 기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G42는 엔비디아의 지구 디지털 트윈인 '어스-2(Earth-2)' 플랫폼을 기반으로 날씨 예보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는 AI를 개발한다. 이를 위해 100페타바이트 이상의 지구물리학 데이터 자산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도 AI 기술개발에 중점을 둔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면서 중동에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현지 공급을 위한 거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중동 국가들과 중국의 관계가 여전히 긴밀한 만큼 기술 유출의 우려는 남아있다. G42는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아오다 MS 투자 유치를 계기로 미국 정부와 협상한 보안 협정에 동의했다. 또 UAE 정부는 그동안 사용한 중국 화웨이 장비를 모두 교체하고 중국 투자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UAE의 최대 무역국인 만큼 관계 정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최근 무함마드 UAE 대통령은 리창 중국 총리를 초청해 면담을 하기도 했다. 

사우디 역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최근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요한 경제·상업 파트너"라며 "급속히 늘어난 양국 간 경제무역 왕래는 향후 양측 투자·협력의 밝은 전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TSMC가 UAE에 공장을 지을 경우 칩 생산에 대한 감독권을 미국에 부여하는 것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삼성전자와 TSMC는 이번 프로젝트를 고려하면서 미국 정부 측과도 논의를 가졌다"며 "UAE에서 생산되는 칩 생산 및 선적에 대해 미국에 감독권을 부여하는 것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한편 UAE는 2018년부터 우리나라와 총 4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협력관계를 다진 가운데 올해 5월에는 경제동반자협정까지 체결하며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UAE는 1985년 중동국가 가운데 최초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었고 최근 비석유부문 역량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설 정도로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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