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 이끈 투자손익···보험손익 부진에도 CSM 잔액도 7.4%↑
280% 웃돈 지급여력비율···"규제 영향 적고 성장세도 견조"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삼성화재가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에도 순이익 2조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견조한 본업 성장세와 선제적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를 바탕으로 시장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시현한 것이다.
특히 제도적·환경적 변화 속 보험업권의 실적 둔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화재의 탄탄한 재무안정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삼성화재의 장밋빛 3분기와 향후 실적을 진단해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3.8% 증가한 1조8665억원을 기록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래 손보사들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삼성화재의 경우 3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익(1조8184억원)을 상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업계에선 올해 연간순익 2조원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번 실적호조를 견인한 것은 투자부문이다. 투자영업수익 자체는 3조16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쳤지만, 투자비용이 12.7%나 줄었기 때문이다.
비용 항목별로 보면 연결기준 파생상품평가손실(1351억원)과 금융상품처분손실(1039억원)이 각각 54.1%(1591억원), 50.6%(1066억원) 급감한 것이 주효했다.
이에 대해 김준하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은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작년 동기에는 채권매각, 채권교체매매를 통해 매각 손실이 많이 발생했다"며 "올해도 채권교체매매를 일부 진행하며 처분손실이 발생했지만, 작년 대비 규모를 많이 줄여서 전체적인 처분이익 규모가 약 1500억원 정도 증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보유한 저금리 채권을 팔고 고금리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단행, 일회성 처분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장기적으로 운용수익률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기저효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누적 투자손익(7833억원)은 전년 대비 103.8%나 급증했으며, 투자이익률도 3분기 말 기준 3.46%로, 일년새 0.51%p나 상승했다. 금융비용(1조1623억원)도 6.4%(793억원)나 줄어드는 등 금리하락으로 비용절감 효과도 작용했다.
반면 본업인 보험부문의 손익은 1조6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나 감소했다. 계약서비스마진(CSM)과 RA(위험조정) 상각익이 늘면서 장기보험손익(1조3339억원)이 2.9% 증가했지만, 자동차와 일반 부문의 손익이 각각 33%, 22.9% 감소한 영향이다.
삼성화재 측은 "일반보험의 경우 국내외 보험수익 동반 성장에도 고액사고가 증가하며 손해율이 1년새 5.4%p나 뛰었다"며 "자동차보험 역시 누적된 보험요율 인하와 매출경쟁 심화로 손익이 감소했지만, 사업비 효율화로 누계합산비율 96.1%를 시현, 흑자구조를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업권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3분기 호실적보다 삼성화재 특유의 탄탄한 재무건전성과 성장성 등이다. 향후 제도적·환경적 풍파가 예상되면서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니즈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재무건전성을 들 수 있다. 새 회계기준 도입 이래 손보업권의 순익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과 할인율 현실화 같은 제도적 조정 등으로 개별 보험사들의 자본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추가 자본확충에 나서는 등 재무건전성 방어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반면 삼성화재의 3분기 말 기준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280.6%로 전년 말 대비 7.6%p나 개선됐다. 당국 권고치(150%)를 훌쩍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 요인으로 지급여력비율이 약 2.6%p나 감소했음에도, 실적 호조를 통한 잉여금 증가와 효율적인 자산부채관리(ALM) 노력에 힘입어 순자산 감소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다.
최근 불거진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조정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보험 해약률을 높게 산출해 실적을 부풀렸단 논란에 대해 무·저해지보험 해약률을 로그선형 모델을 통해 가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에도 삼성화재는 담담한 모습이다. 실제 조은영 삼성화재 장기보험 전략팀장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조정 관련 영향이 크지는 않다. 연말 1000억원 정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저해지 해지율 조정과 기초가정 위험액 산출 방식 변경 등으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영향도는 1~2%p 정도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성장성 측면에서도 평가가 높다. 3분기 누적 기준 월납환산 신계약(183억원)은 GA 채널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나 성장했다. 상반기 말 기준 전체 손보사 수입보험료(61조373억원) 중 삼성화재가 차지한 비중도 22.43%로, 전년 동기 대비 0.78%p나 확대되는 등 시장점유율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특히 사업비 가정 조정의 영향으로 올해 누적 신계약 CSM(2조4768억원)이 전년 대비 5%나 감소했음에도, CSM 잔액(14조1813억원)은 오히려 7.4%나 늘었다. 효율성지표의 일부 둔화에도 높은 신계약 규모와 CSM 배수가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보험손익 성장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태준 미래에셋 연구원은 "자본력을 소모하는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최상위권"이라며 "제도 강화로 보험시장 자체의 성장이 어려워지겠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판매전략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견조한 CSM 성장세가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무·저해지 가정 변경 관련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듀레이션 구조 상 금리 하락기에도 지급여력비율 방어력이 높다"며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도 자본 대비 14%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가장 안정적인 구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