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에 30조원 규모 자금 지원
모럴해저드 논란…자구노력 병행돼야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정부가 시중은행에 무려 30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경기둔화를 대비해 은행의 실물 지원 여력을 확보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대대적인 지원에 은행권은 물론 시장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이같은 지원이 실물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계속되고 있으며 은행의 모럴해저드가 조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은행권의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특별융자를 중심으로 20조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를 다음달 설립하기로 했다. 한은의 특별융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또한 자산관리공사와 주택금융공사 등이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10조원 가량 매입하고 했다. 총 3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은행권에 투입되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물론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개 시중은행장들은 같은 날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이번 지원으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높아져 경기침체로 부실여신이 증가하더라도 실물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LIG증권 유상호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자본투입으로 은행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이같은 지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은행들의 현 위기를 은행들이 자초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의 위기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됐다는 점도 있지만 결국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내성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은행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은행에 대한 이같은 지원이 과연 실물 부문 지원으로 원활히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까지 나서며 은행에 기업대출을 촉구했지만 은행들은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은행권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신동수 회장은 "이번 정부의 지원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경제가 침체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실물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수출기업 등이 흑자도산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서도 자금 지원이 이뤄진 후에도 부실이 여전한 은행에 대해서 내년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 초까지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은행별로 구조조정 전담조직을 만들어 선별적으로 퇴출토록 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까지는 정부의 직접적인 경영권 간섭이 고려되고 않지만 자본확충과 함께 체결될 MOU는 향후 은행 경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내부에서도 은행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경영에 대한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은행에 대한 각종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은행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