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3부 삼성 '비호'... 삼성공화국 재점화?
권력3부 삼성 '비호'... 삼성공화국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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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정치권에서 연일 벌어지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격렬한 대치와 장외에서 벌어지는 MBC와 중앙일보의 비판경쟁에 뜻하지 않게 삼성그룹이 연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전기톱' 국회라는 세계적인 조롱을 받으면서까지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점거라는 격렬한 시위에 나서게 한 것은  금산분리법안과 미디어관련법안 등 핵심쟁점 법안들이 모두 삼성과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두 법안은 삼성 비호 내지 특혜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솔직히 이 두 법안보다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이건희 전 회장의 거취문제에 쏠려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미디어 지상에 1면을 장식했던 이건희 회장은 비자금조성과 조세포탈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한 특정 재벌기업의 오너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서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같은 전국민적 관심사속에서 탄생한 특검팀은 1년여간 이건회 회장의 자택까지 수색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요란한 수사에 비해 결과는 미미한 실적을 남겼다.

현재 이건희 삼성회장은 지난 10월 2심재판부에서 조세포탈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삼성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바로 여론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권력3부가 삼성과 관련된 사안에서 특혜내지 비호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미묘한 시점에 이건희 회장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문제의 법안들은 모두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삼성이라는 재벌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삼성의 우려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삼성 밀어주기에 나섰다는 사실이 점차 공론화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의 판결을 앞둔 이건희 회장의 거취에 악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권력의 최후보유인 사법부마저 이건희 회장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내릴 경우, 우리나라 권력 3부 모두가 거대재벌 삼성에 머리를 숙였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관련 법안을 놓고 벌이는 최근 정치권 공방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삼성입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이회장이 재판에 임할 경우 유리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나올법하다.

문제가 된 은행법및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산규제 완화법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연관돼 있어 삼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은 소수의 지분을 보유한 이건희 회장 일가가 금융계열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던 관행을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심지어는 삼성그룹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길마저 터주게 돼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비아냥마저 듣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정부입법으로 추진한 것으로 전적으로 삼성그룹의 지배를 용인하는 것으로, 당초 취지와 한발 후퇴한 내용이다. 특히 이 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4%에서 10%로 확대할 수 있게 해 '삼성은행'탄생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상향 조정한 것은 미국의 경우 15%, 일본은 20%까지 허용하고 있어 무리한 방안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은행은 대체로 지분이 분산돼 있는데, 산업자본이 10%까지 보유하게 해 사실상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안으로 삼성은 정부와 여당을 로비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삼성은 이 법안의 주요 골자인 금융모회사가 제조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하는 내용(삼성생명-삼성전자)을 관철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고 한겨레가 보도한 바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금융계열사와 제조자회사 지분구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약 20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LG 등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을 마친 상태여서 이법안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분 진입 등과 관련해 미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가에서 이미 용인하고 있는데다, 삼성이 기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선하게 될 경우 무려 약 2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게 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삼성이 약 20조원대에 달하는 자금을  지배구조개선에 쓰느니보다 이를 풀어주고 투자에 나서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언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관련법안 논란은 삼성에게 불청객이다. 민주당이 국회 점거를 풀면서 관련법안 통과는 2월로 미뤄졌지만 MBC와 중앙일보간 상호비판 경쟁은 삼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상파방송을 신문사와 대기업에게 개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분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MBC는 이럴경우 대기업과 손잡은 조중동 주요 신문사들이 여론 파급력이 큰 지상파 장악이 가능하며,  이들에 의해 여론왜곡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와 갈등이 겪고 있는  MBC는 중앙일보와 삼성의 과거관계를 폭로하면서 이번 미디어관련법안 또한 삼성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후는 지난 3일 '방송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편에서 재벌그룹인 삼성이 언론사인 중앙일보를 보유했을 때 폐해를 적나라하게 공개적으로 비판, 직격탄을 날렸다.

방송내용을 요약하면, 뉴스후는  지난 1966년 삼성그룹의 사카린밀수사건이 터졌을 당시 삼성은 계열사였던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을 동원,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비판에 받고 중앙일보를 계열 분리시켰다는 것이다. 뉴스후는 이 사례가 재벌기업이 언론사를 보유했을 때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뉴스후는 이날 삼성이 계열사 언론사들을 동원한 것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최대 오점인 사카린밀수사건을 상세히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겉포장은 중앙일보였지만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뉴스후의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최대 초점은 뉴스후의 보도로 미디어관련법안도 삼성특혜법안으로 부각됐다는 사실이다. 방송후 일부 네티즌들은 삼성이 행정부에 이어 국회의 특혜 지원을 받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삼성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하기 보다는 미디어의 탓으로 돌리고, 현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디어를 장악하려 한다는 시각마저 보여, 삼성공화국론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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