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로 원화가치와 주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내외 악재로 금융시장이 당분간 불안한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 경제 침체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악재에 타격을 받았으나 작년 4분기와 같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가 현재 외화유동성 문제 완화를 위해 국제 공조에 활발히 나서고 있고 실물 경제 침체 속도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 환율.주가 출렁
코스피지수는 11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금융구제안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매도세가 몰리면서 사흘째 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2% 이상 급락해 1,170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만회해 전날보다 8.69포인트(0.72%) 하락한 1,190.18로 마감했다. 동반 약세로 출발했던 코스닥지수는 장중 반등해 전날보다 3.15포인트(0.83%) 오른 383.41로 마쳤다.
주가 급락 여파로 원.달러 환율도 이틀째 상승해 1,39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전날보다 달러당 10.60원 뛴 1,393.50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12월10일 1,393.80원 이후 두 달 만에 최고치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전날 미국 정부가 발표한 구제금융법안으로는 금융불안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가와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였다. 특히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틀째 주식을 순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 여파로 달러화 매집세가 폭주하면서 환율도 급등했다.
반면 채권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전날 미국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있어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날 오전 호가 기준으로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 3.68%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물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구제법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식과 환율시장이 부정적으로 움직였다"며 "증시는 글로벌 신용리스크가 완화될 때까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렵고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화유동성 다시 불안 조짐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외화유동성이 다시 불안해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이 실시한 20억달러 규모의 3개월 물 외환스와프 경쟁입찰에는 작년 10월21일 이후 최대규모인 41억9천만 달러가 몰렸다.
이처럼 달러 수요가 증가한 것은 은행들이 달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외화유동성이 다시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외환 스와프시장에서 현.선물 환율 차이인 스와프포인트(1개월 물)는 이날 -0.35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0.70원에 비해 1.05원 떨어진 것으로 원화를 대가로 외화를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또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계 은행들이 회계 결산일인 3월 말을 앞두고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하면 원화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으로 미국 등 선진국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대되면 2차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일시적 불안, 위기가능성 낮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발 악재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며 작년 4분기와 같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경기부양이나 구제금융안에 대한 실망감과 뉴욕증시 급락 때문"이라며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과 위기설을 직접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파트장도 "미국 증시가 5% 이상 급락한 것에 비해 국내 증시 낙폭은 양호하다"며 "대규모 외국인 매도가 없고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이며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도 작년 4분기와 같은 혼란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재차 심화하고 외부환경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화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변수가 터지면 언제든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파트장은 "일본계 자금에 초점을 맞추면 국내 시장에 유입된 규모가 크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나 동유럽 대출부실로 손실이 예상되는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중심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얽혀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며 "이제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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