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자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의 '환율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환율 급등에 따른 위기감으로 장중 3% 넘게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대까지 치솟으며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500원대까지 고점을 높인 뒤 지난해 말 125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 들어 '2차 금융위기' 및 '3월 위기설' 등 외화 유동성 부족 우려가 확산되면서 연일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업체들에게는 평가차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중심 국가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우리 금융시장의 경우 지난해 '9월 위기설' 및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뤘기 때문에 환율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지난해와 차이를 보이는 만큼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통화스와프(CRS) 1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여졌지만,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스와프포인트가 -0.5원에 불과해 지난해말 -20원에 비해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또, 부도위험성을 나타내는 5년만기 외평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지난해 10월 700bp에서 최근 350bp까지 내려 앉았다.
이날 한국은행이 실시한 3개월물 외환스와프 입찰에도 33억2천만달러가 몰려, 지난 10일 42억달러에 비해 규모가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응찰액이 줄었다는 것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의미"라며 "시중의 달러 부족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경제연구소도 '외환시장 3대 궁금점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상반기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미국발 금융위기, 막대한 재정적자 및 무역적자, 경기침체 등 미국의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달러화 강세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력을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연구소는 또, 엔화강세 역시 엔케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이같은 현상은 금융불안이 진정되는 올 하반기부터 사라질 것"이라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이하, 원·엔 환율은 1300원 이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