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방문 등으로 사실상 거부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받는 비율이 극히 낮아 사실상 신용카드 수납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향은 대형사일수록 더 뚜렷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건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보험회사별 보험료 신용카드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생보사의 2회 이후 보험료 중 신용카드 수납률은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1.62%에 그쳤다. 이에 비해 손보사의 경우 전체 원수보험료 중 신용카드 수납률은 18.21%로 생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손보의 경우 자동차보험 등 단기계약 비중이 생보보다 높아 한번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입보험료 규모가 큰 대형 생보사일수록 신용카드 수납률이 낮게 조사됐다.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2008회계연도 신용카드 수납률이 0.04%로 가장 낮았고 이어 대한생명 0.08%, 교보생명 0.35% 등 순이었다.
이에 비해 중소형 및 외국계사의 경우 신용카드 수납률이 대형사보다 높았다. 실제로 신한생명의 신용카드 수납률은 12.63%였고 AIA생명(10.66%)과 금호생명(3.67%)ㆍ흥국생명(3.11%) 등도 대형사보다 높은 수납률을 보였다. 이는 중소형 및 외국계사의 경우 비대면채널을 통한 다이렉트마케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결제가 간편한 신용카드로 수납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현재 대부분 생보사들은 법적으로 보험료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돼있어 2회차 이후 보험료에 대해 직접 지점에 나와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해 사실상 자동이체를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고객이 불편을 느낄 것이 뻔하므로 한마디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지 말라는 소리다. 실제로 이에 대한 고객민원도 지난 2007년 100건에서 지난해 185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험사들이 신용카드사에 지급한 카드수수료액은 2008회계연도에 생보 264억, 손보 1502억으로 총 1766억원으로 집계됐다. 즉 보험사들이 카드납부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거액의 카드수수료 부담 때문인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황파악을 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신건 의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2007년에 신용카드에 의한 보험료수납을 거절하지 말 것과 적발시 관게법령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보험사에 경고한 바 있으나 지점에 직접 나와서 결제토록 하는 방식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건 의원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보험사에 대한 일회성 제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금융당국과 국회가 적극 나서서 관련 법령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신용카드 수납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신용카드사가 독점적 이득을 얻게 되고 보험사는 이를 보험료에 전가해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며 "신용카드 수납가능한 적절한 보험상품 선정 및 적정 수수료 책정 등 다양한 입법적 행정적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