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손보업계 잇따라 반대의견 밝혀
농협보험 출범하면 업계 통틀어 '4위'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농협법 개정안 통과가 임박해지면서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개정안 통과로 농협이 보험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기존 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거대 보험사가 출현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농협공제의 보험사 전환이 이뤄질 경우 존 보험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여 생보사와 손보사는 각각 이해득실을 따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농협보험 특혜 부여 안된다"
보험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 상정된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있기때문이다.
오는 13~1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농협법개정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농협법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이달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 될 경우 농협은행과 회원조합에는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지위가 부여된다. 또한 농협 보험사업에 대한 '방카슈랑스 룰' 적용이 5년간 유예된다.
보험사들은 이같은 보험법 개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안이 농협보험에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방카슈랑스 규제와 관련해 보험사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보험은 '방카슈랑스 룰'을 5년간 유예하도록 돼 있다. '방카슈랑스 룰'은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할 때 1개 보험회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어가면 안 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에 보험사 관계자들은 "농협보험은 생보업계 4위, 손보업계 1위 수준으로 기존 보험사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후발사업자에게 규제를 완화해주는 차별규제는 농협보험에는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협공제 계약을 농협보험으로 이전할 때 공제계약의 보험계약 간주조항이 없을 경우 기존공제계약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감독권을 보유하게 되고 신설보험계약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감독을 하게 되어 이원적 감독체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 공제계약의 보험계약 간주는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제계약자에게 예보료나 감독분담금 등 각종 부담금이 늘어나서 기존 유배당 공제 계약자의 배당이익이 감소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상법상 회사분할 절차를 따를 경우 주주가 없는 농협은 사업분리를 승인할 의사결정기구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보-손보 중 어느 쪽에 더 큰 영향?
이처럼 농협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보험사들의 우려감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생명보험사 사장단이 긴급 회의을 갖고 농협보험과 관련된 개정안 통과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힌 것이다. 이날 생보사 사장들은 농협보험과 관련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 경쟁 훼손과 법적 결함 염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장단은 "농협보험 특례가 보험시장 공정 경쟁 질서를 해치고 입법체계 면에서도 문제가 많은 만큼 국회는 신중한 심의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손해보험 업체 사장단은 12일 회의를 갖고 농협법 개정안 특혜가 아닌 합리적인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의견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사장단은 농협공제는 농협법이 아닌 보험업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을 모아 대국민 호소문, 국회 건의문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생보사는 물론 손보사가 한 목소리로 농협법 개장안 통과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농협공제는 자산규모로 현재 생보업계 4위, 손보업계 1위 수준이며 보험사 전환이 이뤄질 경우 업계를 통틀어 4위로 올라서게 돼 기존 보험사들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협공제 사업비율을 살펴봤을때 생보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생보사들의 경계심은 크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5000개가 넘는 지점망을 확보하고 있는 농협공제가 보험사로 전환될 경우 갖게 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며 "여기에 특혜까지 주어진다면 기존 보험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보업계도 농협보험이 반갑지 않다. 농협공제가 보험사로 전환될 경우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 여기에 방카슈랑스 판매 제한 비율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농협보험에 자동차보험 시장을 상당 부분 내줄 것이라고 손보업계 측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광범위한 영업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자동차보험 시장에 나설 경우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