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가격인상' VS 건설사 '구매불가'
삼성물산·대우건설 등 7곳 철근 공급중단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지난해부터 지속된 건설업체와 철강업체간 '철근 가격'협상이 결렬되면서, 대형건설사에 철근 공급 중단이라는 최악이 사태가 발생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대형 철강업체들은 이번 주부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두산건설 등 대형 건설사 7곳에 철근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요구에 건설사들이 구매 불가를 선언하면서 '거래 불성립'이 발생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7개 건설사와 30여개 대형ㆍ중견 건설사의 자재구입 관련 협의체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가 이날 가격인상분 반영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은 철근 가격(고장력 10㎜, 현금가 기준)을 1t당 지난해 말 69만 1천원에서 올해 2월 74만 1천원으로 5만원 올렸고 4월 초 79만 1천원으로 또다시 5만원 인상했다.
건설사들은 2월분에 대해서는 71만1천원, 3월분은 73만1천원, 4월분은 74만1천원 등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철강사들은 2~3월에 납품한 철근값부터 먼저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3월에 출하한 물량은 지난해 연말가격에서 5만원 오른 74만 1천원을 적용해 대금을 청구했는데 일부 건설사들이 결제를 거부,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근을 추가로 공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 원료인 고철의 국제 가격이 2월에는 1t당 360달러이던 것이 3월에는 450달러로 올랐고, 4월 현재는 490달러 수준으로 급상승해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철근값을 올리려고 했지만 건설경기 악화와 건설사들의 반발로 인상 시기를 늦췄다는 게 철강업체들의 주장이다.
한편, 건설사들은 22일 오후 건설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가격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선구매한 철근값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철강사와 쉽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