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女월드컵 8강!…반전드라마에 '찬사 또 찬사'
U20女월드컵 8강!…반전드라마에 '찬사 또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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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최고의 납량물"...축구 '우생순' 신드롬 예고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축구대표팀의 놀라운 선전이 남아공 월드컵 열기를 이어갈 조짐이다. 아니, 그 이상의 축구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올림픽 핸드볼에서의 '우생순' 신드롬이 연상된다.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축구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대회 8강 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축구로서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이룬 데 이어 또 하나의 경사다.

한국은 17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 루돌프-하르빅 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 대회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지소연(한양여대)이 두 골을, 김나래, 김진영(이상 여주대)이 각각 한 골씩을 추가하면서 기막힌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팀의 스트라이커 지소연은 지난 14일 스위스와 첫 경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팀은 스위스를 4-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스위스에 이어 가나전도 승리하는 파죽의 2연승으로, 남은 경기(미국)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했다. 8강에 진출한 것이다. 8강전은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4개조 1, 2위가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룬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은 우리에게는 아직 다소 생소하지만, 2002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한국이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2004년 태국 대회에서 1승2패로 조 3위로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번이 두 번째 본선 출전이다.

한편, 2006년 러시아 대회 챔피언인 B조의 북한도 2연승으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었다. 남북한이 함께 나란히 8강 무대에 오른 것. 한국은 22일 오전 1시 빌레펠트에서 강호 미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룬다. 이 경기에서 조 1,2위가 결판난다. 미국은 2002년 및 2008년 대회 우승팀. 하지만, 미국은 가나와 1대1로 비겼다. 축구가 상대벅인 경기라고하지만, 지금까지의 전적만으로만 본다면 해볼만한 상대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날 가나전은 첫 상대 스위스에 비하면 훨씬 버거운 상대였다. 미국과 첫 경기에서 1-1로 비긴 가나는 만만찮은 상대였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의 놀라운 경기력과 전술적 우위, 그리고 특유의 투혼 등이 어우러져 시청자(SBS 스포츠 채널 17일 22시 생중계)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경기로 승리를 쟁취했다. 

가나는 비록 본선 참가가 처음이지만 선수들의 개인기가 좋아 한국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 했다. 선제골도 먼저 내줬다. 한국팀은 전반 28분 공격으로 전환하다 공을 빼앗겼고, 패스를 받은 데보라 아프리예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찬 공이 골키퍼 문소리(울산과학대)의 키를 넘어 골문안으로 들어갔다. 축구팬들이라면 대부분 순간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법한 상황이다. 강팀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전후반 내내 끌려다니다 결국 패배하는 우리 축구(남자)의 흔히 봤던 패턴이 연상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극낭자들은 달랐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국은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서 결국 전반 41분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전반전이 끝나기전의 동점골은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는 것.

김나래(전문키커)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찬 오른발 프리킥을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문전으로 쇄도한 지소연이 오른발로 살짝 방향을 틀어 동점골을 뽑았다. 재치와 감각이 돋보이는 빛나는 골이였다.  

전반전은 그렇게 끝났다. 한국은 후반 11분 가나에 추가골을 또 내주고 말았다. 가슴이 철렁내려안는 순간이었다. 아프리예의 패스를 받은 엘리자베스 쿠드조에가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초반에 다시 균형이 깨진 것. 체력이 소진돼 가는 싯점에서의 역전골을 허용한 어린 선수들이 받을 심리적 압박감을 생각할때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앗아가버리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반전에 그랬듯이 태극낭자들의 투혼과 경기력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한국팀은 추가골을 허용했지만 허둥대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코칭스태프와의 수많은 훈련과 교감이 있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한국팀은 후반 17분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찬 김나래의 오른발 프리킥이 그대로 가나 골망을 흔들었다. 20M 이상의 허공을 비행하다 갑자기 뚝 떨어지는 멋진 킥에 상대편 골키퍼가 눈을 뻔히 뜨고도 당한 그런 골이었다. 승부는 다시 원점. 

동점을 만든 한국팀은 강한 승리에 대한 집념으로 가나의 골문을 일방적으로 위협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25분 결승골을 터트렸다. 정혜인(현대제철)의 패스를 받은 김진영이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오른발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가나의 공세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불안안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42분 한국여자축구의 희망 지소연은 김진영의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헤딩으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남자 선수의 기량을 무색케 할정도의 침착하고도 멋진 골이었다. 지소연은 이 골로 이번대회 두 경기에서 무려 다섯골을 기록하면서 득점선두에 올라섰다.

20세 이하 어린 태극 낭자들이 펼친 두번의 역전드라마끝에 쟁취한 이날의 승리는 한여름밤 최고의 납량물이었다. 여자 축구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투자 확대 등을 생각케 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축구팬들의 마음은 벌써 8강전과 그 이후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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