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실성 없다...덤핑기준 마련해 간접규제화 해야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의 ‘최저보수제 도입’ 발언이 화제다.
‘최저보수제’란 현재 상한제로 설정된 운용 보수제도와는 반대 개념인 하한제를 뜻하는 것으로 과당경쟁에 따른 덤핑을 막고 운용사의 경영환경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다.
윤 회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과당경쟁에 따른 운용 보수 인하를 가장 선결해야 할 문제로 지목하고 ‘최저보수제 연내 도입’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회장은 “운용업계가 운용보수에 대한 출혈경쟁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다”며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보수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최저보수제를 반드시 도입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과당경쟁에 따른 보수 인하와 수탁고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운용사들로서는 윤 회장의 최저보수제 도입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협회 창립이래 최초의 민선 회장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던 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현실타파 노력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문제로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저보수제가 업계 담합으로 비춰져 자칫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것. 실제로 똑 같은 고충에 놓여있는 증권업계가 과거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수수료 인하를 방지하자는 뜻만을 내세웠을 때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논란이 됐었다.
펀드 이해당사자간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펀드 취급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는 판매사나 수탁사, 일반사무수탁사 등 이해당사자들간 보수 책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매사나 수탁사도 운용사 못지 않게 궁핍한 보수를 하소연하고 있고 일반사무수탁사의 경우 ‘꽁짜 품팔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보수에 대한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또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따가운 눈총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펀드 운용보수가 바닥으로 치닫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하한제 도입을 적극 반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일반사무수탁사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의 최저보수제 도입의 의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운용보수만 또는 운용보수 먼저 하한제를 도입한다면 현실적으로 또 다른 이해당사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최저보수제를 도입한도 해도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압력과 운용사간 눈치보기 경쟁으로 현행 펀드 총보수 수준은 크게 변동없이 오히려 판매사 수탁사 등 일부 이해당사자나 개인투자가만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윤 회장의 ‘최저보수제 도입 발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단순히 ‘가려운 곳 긁어주기식’의 일회성 공약이나 ‘미션 임파서블’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모두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운용업계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보수제 도입만한 방법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저보수제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복잡한 만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신중히 발표하는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실성없는 최저보수제 도입보다는 원가계산을 통한 회사 규모별 덤핑기준을 마련해 상품개발시 간접규제화하는 것이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과당경쟁을 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업계전문가는 “현실성을 보자면 최저보수제는 뜬구름 잡기에 가깝다”며 “다소 시간이 들더라도 회사별 덤핑기준을 마련해 상품개발시 이를 적용하는 것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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