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와 약속은 '카카오톡'으로 재미있게 잡고
주식·가계부는 언제어디서나 앱만 누르면 '척척'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직장인 A씨는 스마트폰에 설정해놓은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 뜨자마자 밤새 스마트폰에 전송된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는지, 누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지 확인한다.
A씨는 지난 9월 '아이폰4'를 구입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선랜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수십 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다루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돼 버렸다.
출근길 지하철 안. A씨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들으며 '트위터'에 접속했다. 트위터에는 '팔로잉(following)'하고 있는 150여명의 친구들이 밤새 글을 올려놓았다. 한 친구는 "새로 입양한 내 고양이를 소개한다"는 글과 함께 고양이 사진을 올려놨다.
A씨에게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는 필수가 아닌 습관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한 번에 140자 글자를 쓸 수 있는 트위터에 하루 평균 10개의 글을 올릴 정도다.
유명한 맛집에 가면 음식 사진을, 길거리에 희한한 광경을 발견하면 인증사진을 찍어 간단한 글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올린다. 가끔 떠오르는 생각을 쓰는 재미도 있지만 답글을 달아주는 친구들과 글을 주고받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트위터 한국인 가입자 수를 집계하는 '오이코랩'에 따르면 지난 4월 42만명이던 국내 트위터 가입자 수는 11월 15일 기준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A씨는 트위터를 닫고 '카카오톡'을 실행시켜 거래처 직원에게 "김 팀장님, 오늘 저랑 선릉역 4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거 있지 않으셨죠? 하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사용자끼리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이다.
이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들 중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대화목록에 추가된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프로필 사진이 첨부돼 있어 서먹서먹한 거래처 직원들에게 산뜻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현재 카카오톡에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이 넘는 300만명이 가입돼 있다.
A씨는 거래처 미팅을 끝낸 후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 주식 앱에 접속해 장마감 결과만 확인하고 종료버튼을 눌렀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조금씩 주식을 사기 때문에 장 마감 가격만 확인하면 바로 닫는다. 내친김에 가계부 앱으로 이번 달에 쓴 카드금액도 확인했다.
가계부 앱인 'ez포켓 가계부'에 신용카드 사용 명세를 입력하면 카드종류별로 사용 내역을 미청구금액과 함께 조회할 수 있다. 항목별 지출을 보면서 어떤 항목의 지출이 큰 지를 알 수 있어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실제 A씨는 'ez포켓 가계부' 앱을 쓰기 전에는 한 달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에 육박한 적도 있었지만 이 앱을 쓴 후 카드값을 60만원대로 줄일 수 있었다.
퇴근 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지만 외로움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지상파 방송(DMB)을 보는 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멘션을 남긴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쓰는 일기이다. 몇몇 친구들이 타임라인(공개적으로 글을 올려 놓는 트위터 게시판)에 남기기엔 개인적인 이야기를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왔다.
잠들기 직전에는 스마트폰의 '슬립사이클' 앱을 실행시켰다. 이 앱은 아이폰에 내장된 중력감지센서가 잠자는 동안 사람 뒤척임을 감지해 얕은 잠을 잘 때 부드럽게 깨워준다.
센서가 수면 중 움직임을 파악해 수면주기를 분석하고 최적 기상 시점을 포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알람 시간을 오전 6시 30분으로 맞춰 놓으면 오전 6시~6시 30분 사이 최적 시점에 알람을 울린다.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한 사람인 서울 사는 직장인 A씨의 하루를 들여다 봤다. 스마트폰과 각종 통신망의 고도화로 시작된 스마트폰 생활은 이제 '얼리어답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해 말 아이폰 국내 출시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은 올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1월 말 기준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 10명 중 1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말까지 가입자가 17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열풍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인기로 이어졌다. 국내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용자는 각각 210만여명(트위터 210만명, 페이스북 211만명)으로 1년만에 300%나 늘었다.
SNS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SNS가 확산될수록 개인정보 유출이 심해지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역기능이 없지 않지만 SNS에 접속하면서 각각 다른 인간형으로 접근하는 생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영향력 때문에 정부와 기업도 SNS 사용자와 소통하기 위해 움직임이 분주하다. 트위터를 통해 대기업이나 정부 규제로 인한 기업 애로사항을 수집해 정책에 반영하고, 고객이 제기한 불만을 트위터에서 해명하고 사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