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부동산 침체라는 서릿발로 올 한해 경매시장은 고사 위기까지 몰렸다.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낙찰가율이 줄곧 하락하며 극심한 거래 침체를 방증했다.
아울러 낙찰가율이 무려 7개월간 70%대에 머물며 수도권 경매시장은 DTI 규제로 완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가 8·29 부동산대책 발표로 낙찰가율이 터닝포인트를 맞으며 경매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내년 3월까지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8·29대책의 영향으로 날개 없이 추락하던 낙찰가가 하락세를 멈춘 것이다.
이후 큰 폭은 아니지만 9월부터 낙찰가가 반등하기 시작, 10월 이후 3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며 서서히 오름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경매시장 3대 특징
금융규제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올 한해 경매시장은 3가지 특징을 보이며 등락을 거듭했다.
우선 수도권 경매 진행건수가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부동산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지옥션이 경매진행건수를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해 수도권 경매진행건수는 8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송달특례법'으로 금융권에서 밀어내기식 경매신청이 쇄도했던 2006년 이후 4년래 최대치로 유례 없는 부동산 불황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올 한 해 경매시장의 또 다른 특징으로 손꼽히고 있다. 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79.2%를 나타내 지난 6년 사이 낙찰가율 중 가장 저조했다.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줄을 이으며 응찰자가 대폭 감소했고 입찰이 여러번 유찰된 싼 물건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상이 두드러져 낙찰가율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수도권 경매물건이 최근 4년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낙찰가율이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그만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불황의 여파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불황 속에서 일부 지방은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해지며 낙찰가율 역전현상도 두드러진 한 해였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 대 지방 시장을 비교하면 낙찰률, 낙찰가율, 평균응찰자수 경매시장의 3대 지표 모두 지방이 앞섰다.
낙찰률은 경매 진행건수 중에 낙찰된 건수의 비율로 부산은 1월부터 10월까지 11개월간 평균 62.2%를 기록했다. 이는 10건의 물건이 경매되면 그중 6건 이상이 낙찰됐다는 의미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낙찰률은 30%대로 저조했다. 이는 일반 시장에서 거래가 부진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부산의 경우 올해 월 평균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상회한 기간이 3개월이나 됐다"라며 "지역별로 볼 때 올해는 지방의 경매시장이 한층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