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제각각'...후보 선정 난항 예고
"정치색 배제, 독립성·전문성 높여야"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새해를 맞는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준비에 한창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매년 정기주총에서 일정 비율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사외이사제도 개선 움직임 속에 올해 금융권을 강타한 이슈의 후폭풍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사외이사 후보자 물색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우리·신한·하나)의 사외이사 32명 중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총 23명이다. 이들 중 올 초부터 시행된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상 5년 초과 재임 금지 규정에 해당하는 자는 정행남 신한지주 이사 뿐이다. 때문에 당장 23명 모두를 내년 정기주총에서 교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범규준은 별도의 규정을 통해 정기주총마다 5분의 1 내외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대 지주는 각각 2~3명 가량의 신임 사외이사를 내년 정기주총에서 선임해야 한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8명 중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모범규준의 신임사외이사 선임비율에 따라 최소 2명 이상이 교체될 예정이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KB지주는 현 정권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을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지주는 이명박 정권 인사로 꼽히는 조재목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여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조 이사는 작년 연말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우리금융지주는 7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이들 모두 연임 제한 규정에 해당하진 않지만 모범규준에 따라 1~2명은 교체해야 한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은 민영화 작업의 난항을 겪고 있어 당분간 현 정권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금융그룹은 이명박 정권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많이 포진해 있다"며 "사외이사제도가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정권에 대한 로비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개연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이두희 이사는 이 대통령의 소망교회 인맥으로 지난해 새로 선임된 이후 올해 재선임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력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정인학 이사를 올해 새로 선임했다. 우리은행은 백창열(서울경제포럼 사무총장 출신)씨와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선진국민연대 상임고문 및 인수위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올해 또 재선임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사외이사 8명 전원의 임기가 내년 3월 마무리된다. 올 한해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신한지주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의 최고경영진들과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인사를 찾아야 한다.
사외이사 중 3명은 신한내분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추천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이들의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신한지주의 최대주주 그룹인 재일교포 주주들이 기존 이사회 의석수(4석)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들 4명 중 정행남 이사는 5년 연임 한도까지 모두 채웠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피한 상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직까지 거론되는 인물은 없으며 2월쯤 구체적으로 후보 선정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이 후보 추천을 제안하면 후보의 자격요건과 결격사유 등을 검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9명 사외이사 중 4명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현재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SI)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진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SI는 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때 경영권 확보나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말한다.
앞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가급적이면 (단순 재무적 투자자보다) 전략적 투자자를 영입할 것"이라며 "인수자금(4조6888억원)의 50%(2조4000억원)는 내부 유보자금으로, 25%(1조2000억원)는 채권형태(회사채)로 발행, 나머지 25%는 제3자 배정 보통주와 전환우선주(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1조2000억원은 전체 지분의 10%를 넘을 것으로 보여 여기에 참여한 새 대주주가 SI라면 향후 사외이사진 개편 과정에도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모 금융그룹의 경영연구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사외이사제도는 선진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운영부문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사외이사들이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것은 전문성은 물론 경영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업에 대한 식견과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돼야 한다"며 "내부경영과 관련한 자료와 정보가 수시로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정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승희 연구원은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해 낙하산이나 로비용 인사들은 사외이사 후보 심사 및 주총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나 임원추천위원회 자체의 독립성을 강화해 후보 추천과정에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