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인플레이션, 세계 경제 위협 요인 부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신흥국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정치적ㆍ지정학적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율은 이미 브라질, 베트남 등 일부 신흥국 정부의 목표 범위의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신흥국에 대한 우려는 이미 글로벌 자산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신흥국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이집트에서 시위가 격화되기 전부터 불거졌다. 글로벌 펀드 조사업체인 EPFR에 따르면 이머징 주식 펀드는 지난주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자금 유출을 보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는 올 들어 2% 떨어졌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 상승했다.
인플레는 특히 채권 투자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채권투자자의 고정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채권 투자처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인도네시아의 현지통화 표시 채권 가격은 지난달에만 5%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규모는 지난해 94억달러에 달했는데 인플레 우려가 불거지자 외국인들은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13억달러 어치를 팔아치웠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식품가격 상승세가 인플레 우려를 자극하자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4% 하락했다. 이에 인도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608달러로 전일대비 0.9% 떨어졌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 역시 올해 들어 10% 넘게 빠졌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인플레 문제는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해 11월 초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2QE)에 나서기로 하면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QE2 조치로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자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신흥국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이를 근거로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이끌고 있는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는 올해 상반기 아시아 지역 현지통화채권에 대한 투자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CLSA 아시아 퍼시픽 마켓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러셀 네피어 역시 여전히 많은 신흥국 통화가치가 올해 상승할 여지가 있지만, 단기 투자를 고수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부적절한 통화 정책에 따른 위험이 장기 투자를 위험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