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입에 놀아나는 테마주 '거품주의보'

2011-02-21     강현창 기자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의 발언으로 세종시 관련 테마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거품붕괴가 우려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충남 연기군 동면에 공장용지를 보유하고 있는 프럼파스트는 21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4.99% 오른 3145원을 기록 중이다. 이 종목 주가는 한달전만해도 1985원에 불과했다.

유라테크도 연기군 동면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13.99% 오른 4155원을 기록 중이며 세종시 중심부와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공장용지가 있는 대주산업도 세종시 테마주로 분류돼 7.41% 상승했다.

이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박 전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재검토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박 전대표는 과학벨트 원점 재검토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약속하신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과학벨트 이전안에 대해 '원안 유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세종시 관련 테마주들이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관련 주가가 요동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 박 전대표가 '세계 물포럼 한국 유치 및 먹는물 관리법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물의 중요성을 역설하자 물과 관련된 테마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수처리전문업체인 젠트로는 2600원 선이던 주가가 박 전대표의 발언 이후 5310원까지 금등했으며 파이프 전문제조업체 자연과환경, 합성수지 파이프 제조업체인 뉴보텍은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종목들의 현재 사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젠트로와 뉴보텍은 각각 지난 16,18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뒤 주가상승이 멈췄으며 자연과환경도 21일 현재 전거래일 보다 4.09% 하락한 892원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발언에 따라 부각되는 테마주들은 실제로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지만 한순간 급락할 가능성도 크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대선당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운하와 관련된 몇몇 토목회사들이 대운하 테마주로 급부상 했다.

이화공영과 바이오기업 리젠, 특수건설, 홈센타, 동신건설 등은 그해 최고 30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 테마주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바이오기업 리젠은 에이모션으로 사명을 바꾼 뒤 주가가 500원대로 떨어졌고 이화공영, 특수건설, 동신건설 등도 최고점에 비해 90% 가깝게 폭락했다.

김완규 하나대투증권 스몰캡 팀장은 "기업의 실적에 대한 분석 없이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움직이는 것은 오버슈팅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 정책과 기업의 실익 사이에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으로 이어지지도 못한 발언때문에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보니 안타깝다"며 "정치인 관련 테마주들은 대부분 급락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인근 부동산 업계도 우려를 나타냈다.

충남 연기군의 한 부동산 업자는 "이미 이지역 부동산 가격은 오를대로 올라있어 거래량이 끊긴 상태"라며 "박 전대표의 발언 이후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땅값 상승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게 솔직한 대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