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vs의료업계, 포괄수가제 놓고 '대립각'
의료업계 "보험금 줄어 보험사만 이득"
보험업계 "어불성설…이득 없다" 발끈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포괄수가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의료업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보험업계로 튈 조짐이다.
20일 정부는 맹장수술과 백내장수술 등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7월부로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모든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에 이를 적용하고, 내년 7월에는 대형병원에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포괄수가제란 진료 행위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가격을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존 행위별수가제는 검사나 시술을 할 때마다 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 과잉 진료에 따른 국민 의료비 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의료업계는 의료의 질 저하를 이유로 해당 수술 거부 등으로 포괄수가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계속되자 급기야 '민영 보험사 수익 증가', '의료 민영화 수순'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포괄수가제 도입은 민영 보험사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것.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 질환의 보장성이 확대될 경우 보상금액 경감에 따른 보험사들의 수익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의료계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복지부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는 이유가 민영보험사들의 영향력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진료비가 낮게 일정액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지급하는 보험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어불성설'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는 적용 질병군이 7개로 제한된 데다, 범위도 입원치료에 한정돼 있다"며 "이미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의료기관이 다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포괄수가제는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관한 것이 주이기 때문에 보험업계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며 "의료업계가 보험업계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만회하려면 국민들이 지금의 두배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재정을 개선시키고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려면 포괄수가제라는 '캡'을 씌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괄수가제가 오히려 보험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돼 통원수술이 가능한 환자들까지 모두 입원할 경우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