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박 겉 핥기식' 부동산대책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3주도 채 안 남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이 연일 대선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인 부동산 공약은 말그대로 '거기서 거기'다.
대선 레이스 초기에는 앞다퉈 전·월세 및 하우스푸어 대책 등을 쏟아내더니 지금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후보가 정부 재원을 기반으로 한 하우스푸어 대책을 발표하자 '왜 국민 세금을 유주택자들에게 쏟아붓느냐'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대로 대선공약이 전월세 시장에 치중될 경우 유주택자 및 건설업계에서 '나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이처럼 하우스푸어 대책이 양날의 칼로 인식되다 보니 향후 5년간 부동산 시장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월세 및 주거복지, 임대주택 공급 등 수박 겉핥기식 대책만 발표될 뿐, 건설 및 부동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개발이익 환수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크게 △하우스푸어 대책 △공공임대주택 확충 △전·월세 문제 해결 등으로 나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의 일환으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제안했으며 공공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철도부지 위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바꾸는 방안과 개인회생 면제 재산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현재 5%에서 10~1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대학생 공공원룸텔 5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대책에 대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시장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수준에서 나온 대책"이라고 평가절하 했으며,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부동산 공약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표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선 후보들로서는 부동산 대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주택자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불안감을, 무주택자는 전월세 급등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게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이다.
사실 현 정부 역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 주된 요인이지만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 역시 시장위축을 부른 요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보다 장기화될 경우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기하고 있다. 향후 5년을 책임져야할 대선 후보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부동산대책을 내놔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