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패착의 이유
2005-06-11 홍승희
어찌된 일인지 정부가 뭔가 일을 하려고만 하면 패착을 두는 모습이 보기 안쓰럽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학력을 걸고 나서는 제일 야당 대변인의 독설에 동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또한 듣기 민망한 말이기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학력이 부족해서 일이 잘못 풀릴 리는 결코 없음을 그들의 화려한 학력이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경제부처들이 다른 어느 부처보다도 우수한 인재 끌어 모으기에 앞장 서 왔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니 더 말 할 필요조차 없다.
오히려 그들이 너무 학력에 자신감이 넘쳐서 사단이 났다고 한다면 동의할 용의도 있다.
자신감이 지나쳐서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게 문제로 보이니 말이다.
최근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표적 업종 가운데 하나인 미용업의 자격증 강화 방침이나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이라고 내놓은 퇴출 운운은 도대체 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을 어디까지 몰아붙여 옴짝 달싹 못하게 만들겠다고 작심한 것인가 싶을 만큼 딱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한술 더 뜨기는 집권 여당도 못지않다.
재래시장이나 동네 수퍼마켓을 살리겠다고 대형 할인점의 24시간 영업을 제한하자는 대책은 도대체 집권당이 지금 제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게 만든다.
자영업의 무분별한 창업이 결국 문어 제 다리 뜯어먹기나 진배없으니 서민 생계 안정 차원에서도 뭔가 조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진입장벽을 높인다거나 창의성과 자발성을 높여줘도 시원찮을 영업 방식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고 나서겠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는 놀음이다.
왜 발상이 죄다 규제하고 통제하는 쪽으로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봉해온 세대들이 지금의 집권세력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 세력 안에는 야당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정권적 차원에서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고작 생각하는 것이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줄 세워 계도하겠다고 나서는 수준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어느 새 등 따숩고 배불러져 서민들의 정서를 느낄 수조차 없이 된 것인가. 아니면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통제적 정부와 맞서 싸우는 동안 그들을 닮아버린 것인가.
21세기는 정보화 사회라고 입이 닳도록 떠들어 왔으면서 그 정보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떠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가.
그 역시도 하드웨어적 발상 밖에 못하는 것인가.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내놓아야 할 소프트웨어, 정보 컨텐츠에 대해서는 신경이나 써봤나 모르겠다.
아무리 마음이 다급한 서민들이라도 그 길로 가면 죽는다는데 고집부리며 계속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런 서민들이 보다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더 풍부한 정보들을 구성하고 내놓아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돕겠다는 자세를 가져야지 호각 삑삑 불며 그리 가면 안된다고 소리만 지를 셈인가. 그렇다고 어디로 가라고 가르쳐줄 대안도 아직 내놓은 바는 없지 않은가.
정부로서도 답답할 줄은 안다.
좋은 대안이 있으면 내놔보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일 거라 이해도 한다.
그렇다고 걸음마 배우는 아이 손잡고 뛸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조바심이 나도 뛸 때와 멈출 때는 가려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가 회생하자면 무엇보다 내수가 살아나야 하고 그러자면 서민 대중의 소비 여력이 커져야 하는데 오히려 잇단 창업 실패로 그나마 적은 자산들마저 갉아먹고 있는 꼴이 안타까운 것은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무언가 마음놓고 해봐도 좋겠다는 기분이 들 분위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신명이 나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그런 국민이다. 그러자면 신명 돋울 뭔가 목표들을 저마다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잘 안된다. 너나없이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고 아우성치니 더 어렵다.
그렇기에 이럴 때 함께 의논하고 의견을 취합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리더십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바로 그 부분이 강점이던 정치인 노무현은 지금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