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대책] 기대감 고조…"관건은 국회통과"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취득세 면제,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도 세법·주택법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통과가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국회가 동의하기 않는다면 '헛공약'에 그칠 수 있습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정부가 아닌 국회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국회통과 등을 자신하는 정부와 달리 이번 대책이 원안대로 야당의 지지를 받아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하는 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야당의 반대에 부딪친다면 만우절에 발표된 이 대책은 반쪽짜리 대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46개 세부사항 중 금융규제 완화와 같이 감독 규정이나 시행령 개정으로 간단히 해결되는 사안이 있지만 20개는 국회의 법률개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야권과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고, 양도세 한시 감면안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고쳐야 한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등 소관부처가 이달부터 6월까지 순차적으로 법안을 제출하면 기재위, 국토위 등 상임위원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국회통과를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양도세 감면은 한시적으로만 이뤄지는데다 고소득자가 아닌 '하우스푸어'에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에 야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4월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일 대변인은 "정부가 서두르더라도 국회에서 늑장을 부리면 시장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며 "4월 국회에서 필요한 입법조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도 정부 대책의 큰 틀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약사항이던 주택바우처 제도가 채택되고 분양가상한제 폐지 움직임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박영선·윤후덕 의원은 대책 발표에 앞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와 65세 이상 노인 장기주택보유자의 양도소득세를 영구히 면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발표하며 선수를 뺏기도 했다.
다만 일부 대책은 입장이 다른 부분이 적잖고 당 차원에서 추가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방안은 지난 정부에서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부자정책'이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두 사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부동산대책은 민주당도 적극 지원하겠지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양당이 합의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여야가 의견조율과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시행시기가 연기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MB정부의 부동산대책에서도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등의 폐지안이 수차례 포함됐었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득세 감면 연장안도 새 정부가 약속했던 사안이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법안이 통과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이번 대책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거나 무산될 경우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고 시장의 내성과 비관 심리만 키우는 결과를 낳아 부동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도 "정상화 방안이 빨리 국회를 통과하지 않거나 무산되면 새 정부에 대한 정책 신뢰성이 떨어져 시장의 비관론은 더 확산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하루 빨리 관련 대책을 통과시켜 시장정상화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청와대는 대책 발표 전에 관련 부처를 통해 여야에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