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매자 3명중 1명 "할부 갚느라 고생"
[서울파이낸스 이윤정기자] 최근 유럽산 해외명품 시계를 구입한 직장인 여성 A씨.
그녀는 "돈이 없던 대학생시절에는 '짝퉁'을 구입했지만, 월급을 받고 나서부터 구입한 진품만 7개째"라며 "남들이 다들 가지고 있는 브랜드보다는 나를 특별하게 해줄 브랜드가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최근 할부로 구입한 카드대금을 갚느라 밥값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값비싼 해외명품을 구입한 소비자 3명중 1명은 할부금을 갚느라 고생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0세 이상 수입명품 구입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8%가 "명품을 카드할부로 구입후 할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10명중 4명은 "돈이 모자라 짝퉁상품 구입을 고려해봤다"(37.5%)고 답했고, "돈이 없어 중고품 구입을 생각해봤다"는 답변도 24.3%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가 사치품 시장규모가 지난해 5조원을 넘는 등 국내 명품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명품의 대중화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한다는 밴드왜건 효과인데 이로 인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남을 따라 무리하게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품구입자의 75.3%가 '요즘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 예전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답했고, 구입자의 40.3%는 '남들이 갖고 있어서 명품을 구입했다'고 응답했다.
한편 향후 구입계획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8%가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2년간 해외명품 구매횟수에 대해서는 '줄었다'(24.0%)는 응답이 '늘었다'(23.5%)는 답변보다 다소 많았지만,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답변이 52.5%로 과반을 차지했다.
구입한 품목으로는 '가방·지갑 등 피혁제품'(92.8%)이 최다였고, 이어 '시계 및 악세서리'(52.0%), '패션의류'(36.0%), '구두'(27.8%) 등이 뒤를 이었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명품은 소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과소비를 조장하고 외화의 국외유출을 부추기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면서 "무조건적인 해외명품 선호보다는 경제적 수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