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 사모사채 발행 500% 폭증…왜?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올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의 사모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어음(CP) 규제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사모사채 발행이 늘어난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사모사채 발행액수는 총 3조609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모사채 발행액수(5969억 원)에 비해 무려 504.64%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전체 공·사모사채 발행액수에서 사모사채 발행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도 16.2%로, 지난해 2.64%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사모사채의 월별 발행 비중으로는 1월 16.8%, 2월 18.6%, 3월 11.7%, 4월 16.4%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별 사모사채 비중이 평균 3%를 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지난주만 해도 롯데쇼핑(1100억 원)과 현대제철(1500억 원), 광주신세계백화점(1000억 원) 등 우량 대기업이 연이어 사모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당국이 CP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하면서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기존 수요가 사모사채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장기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공모 규제를 피하기 위해 CP를 악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그간 기업들은 CP 발행 시 투자위험과 자금사용 목적 등 기업 경영사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로 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이를 선호해왔다.
한편, 최근 시장의 단기 부동자금 증가에 따른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수요의 확대 또한 사모사채 발행을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김세용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의 담보자산에 대한 요구 등이 잇따르면서, 상대적으로 발행절차가 용이하고 필요 수량 확보가 용이한 사모사채의 발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