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금리인하 압박…한은의 선택은?
정부 압박 당분간 지속 가능성
최경환-이주열, 내주 '한 자리에'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소비침체로 좀처럼 국내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리를 이래라 저래라 말할수는 없지만 경제에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지금까지 충분히 전달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금리 인하가 진행된 이후 부양정책이 후행돼야 한다며 50bp(0.5%p) 금리 인하를 주문한 데 따른 답변이지만, 사실상 한은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한 셈이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리 스탠스는 다소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당장 내달이라도 금리를 인하할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불과 일주일 여만에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의 부작용 등을 거론하며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간 '만장일치'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던 금통위는 지난 10일에는 14개월만에 다른 방향의 소수 의견이 나왔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총재는 "경기 하방리스크가 크고 (한은과 정부의)정책 공조는 고유 기능을 수행하면서 정책 효과가 최대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정치권까지 나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한은은 돌연 스탠스를 바꿨다. 지난 17일 이 총재는 한 포럼에 참석해 "금리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려 소비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며 부작용 문제를 지적했다.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악화된다는 데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던 최 부총리와 시각차를 보인 것. 바로 이튿날 그는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권한"이라고 못박으며 정부와 선을 그었다.
취임 초만 해도 이 총재는 정통 한은맨 출신, 통화정책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은 독립성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일었던 한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말 정부 출범 이후, 석 달도 안돼 한은은 5월 기준금리를 0.25%p 내린 2.5%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한은은 당·정·청의 전방위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최 부총리가 내주 추경 이상의 재정이 보강된 하반기 경제정책을 발표한다고 했다"며 "부총리의 적극적인 발언을 고려하면 세부 정책 역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내재돼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르면 내주 만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은 정책공조 차원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단기물인 국고채 1년물이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채권시장은 강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편성이 없던 일로 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지고 그만큼 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져 한은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준다면 정책조합 측면에서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