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멕시카나 '甲 횡포' 부실 조사 도마
본사 위조계약서 토대로 조사…점주 조사요구 묵살
[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멕시카나의 갑(甲) 횡포 여부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본사가 제출한 위조 계약서를 토대로 조사를 벌인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려 부실 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위조된 계약서임을 의심한 피해점주들이 공정위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묵살당했다.
26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이모(44)씨 등 멕시카나치킨 가맹점주 7명은 지난 1월 멕시카나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닭 공급 원가를 일방적으로 올렸다며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멕시카나는 일방적으로 원가를 올리지 않았다며 가맹점주들과 체결한 계약서를 공정위에 소명자료로 제출했다. 계약서에는 이씨 등 가맹점주들의 서명이 들어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접한 이씨 등 피해점주들은 "우리가 체결한 계약서가 아니다. 서명도 우리가 한 것이 아니다. 가짜 계약서"라고 주장하며 계약서 위조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공정위에 요구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같은 점주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5월 심의절차를 종결했다.
하지만 피해점주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하마터면 묻힐뻔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계약서 서명의 필적 확인을 요청하면서다.
재판부는 한국문서감정사협회에 계약서 서명의 필적 확인을 요청했고, 협회는 이달 초 "계약서상 필적과 이씨의 평소 필적이 상이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협회의 이런 필적 조사 결과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심의절차 종료는 공정위가 법위반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 하는 조치로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는 무혐의와는 다른 것"이라면서 "당시 추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재신고를 하라고 심의절차 종료를 하면서 신고인에게 안내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새로운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즉시 재조사해서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멕시카나치킨의 허위자료 제출 부분은 별도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맹사업법은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자에게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