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반박·재반박' 공방…'세탁기 파손 논란' 진실은?
50년 라이벌 '앙숙'…"기술력 제고 효과" vs "소비자 눈살"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세탁기 파손 논란'과 관련한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갈등이 법적공방으로 비화된 가운데 장외 공방전도 점입가경이다.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14일 이 문제를 소송을 통해 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양 측간 공방전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 사장과 세탁기 담당 조모 임원, 신원불상 임직원 등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공식입장을 통해 "검찰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이번 일이 세탁기 1위인 자사에 대한 흠집내기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LG전자 입장발표 1시간 만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여전히 사과는 커녕 거짓해명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한 회사의 최고 임원이 남의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켜 놓고 떠난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특히 해당 회사(LG전자)는 '해당 매장 측에서 지금까지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미 독일 자툰 슈티그리츠 매장 측에서 지난 5일 베를린 45구 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러면서 "진실은 한국 사법기관에서 밝혀줄 것으로 기대 한다"며 시시비비를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진 양 사간 '세탁기 파손 논란'은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IFA 2014) 기간 불거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독일의 해당 매장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봤고, 그 중 한 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자업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종종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양사의 분쟁은 지난 1969년 삼성전자가 전자산업에 진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68년 정부가 전자공업 육성 8개년 계획안을 발표하자 이듬해 삼성이 전자산업 사업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LG가 이를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 결국 삼성전자는 생산하는 제품 모두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전자산업 진출 인가를 받아냈다.
이후 양사는 컬러TV 도입과 나프타 생산 공장 설립, 이동통신 사업 진출 등 전자산업이 전환기를 맞는 시기마다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로 성공을 거두며 양사의 규모는 달라졌지만, 무선사업을 제외하고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각 품목에서 경쟁을 거듭해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의식은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 홍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5년 1월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LG, 제2의 삼성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자 LG전자가 기사 내용에서 삼성 관련 내용을 모두 빼고 국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적이 있다.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그해 2월 구본무 회장이 휴대전화 연구소 준공식에 참석하는 날짜에 맞춰 언론을 상대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해 맞대응했다. 이는 행사 일정을 조율할 때 경쟁사의 오너 참석 행사에 대해서는 맞불을 놓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깬 것이어서 LG 측의 강한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양사는 2010년 이후에는 주로 제품 기술 관련 분쟁을 빚었다. 지난 2011년엔 LG전자가 새로운 방식의 3D TV를 내놓으며 삼성 제품에 대해 '구세대 방식'으로 표현하자, 삼성이 긴급 기자회견을 마련해 LG에 대해 욕설을 포함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LG 측이 삼성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법적대응을 시사 하자 문제가 된 표현을 사용한 삼성 임원이 직접 사과 서신을 LG에 전달하며 일단락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에도 '냉장고 용량'과 '디스플레이 특허' 등을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냉장고 분쟁은 삼성전자가 2012년 8월 양사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붓는 실험을 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는 결국 수백억원의 쌍방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 이후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 소송을 전부 취하함으로써 1년을 끌어온 냉장고 분쟁을 매듭지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감정이 섞인 공방을 주고 받는 것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