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배출권 할당에 경영위기 가중"

2014-12-03     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앞서 업체별 할당량을 통보한 것과 관련해 석유화학업계가 턱없이 부족한 배출권 할당량으로 경영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3일 "정부는 석유화학업종에 3년간 1억4367만t의 배출권을 할당했지만 이는 업계 할당 신청 후 정부 인정 배출량인 1억6846만t 대비 약 2600만t이 과소할당된 것"이라며 "업계는 일부생산라인의 가동중지 등 위기경영이 불가피하고 이미 계획된 투자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최근 할당결정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1차계획기간에 대한 할당대상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을 심의 확정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발전·에너지 38개 등 525개 업체이며 업체별 사전할당량의 총량은 15억9800만KAU(1KAU=온실가스 1t)이다.

석유화학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활동으로 향후 추가적이 감축여력이 제한적이고, 대규모 투자설비가 들어가는 장치산업 특성상 연간 1%수준의 감축도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는 할당량 부족분을 정부 제시가격인 1t당 1만원에 구매할 경우 앞으로 3년간 2600억원의 재정부담이 늘게 되고, 공급부족으로 1t당 3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경우에는 총 78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기업에서의 투자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의지가 생기는데, 높은 에너지효율 수준과 높은 한계저감비용인 상황에서 과도한 감축규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정부는 석유화학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부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8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 업종 38개사도 공동논평을 내고 "배출권 부족으로 기업 부담이 가중될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에 할당된 규모가 논평에 참가한 17개 업종 업체들의 신청량인 20억2100만KAU보다 4억2300만KAU(20.9%) 부족한 수준"이라며 "배출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시장 구매가 어려워져 결국 배출권 대상 업체들은 향후 3년간 12조7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추가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기업들은 불안정한 외환시장,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경영환경이 매우 어렵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배출거래제는 기업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등 제조·생산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는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