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산업 사실상 구조조정 단계 진입
금감원, 가이드라인 미이행시 강력 제재 방침
2003-04-20 이양우
금감원이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신용카드사들에 대해 경영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만약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영업정지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카드산업도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이달말까지 신용카드사들에 대해 증자 및 자구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카드사들이 제출한 자구계획서를 토대로 회사별 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가이드라인의 주요항목으로는 조정자기자본비율, 연체율등이 포함된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경영 가이드라인 이행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각사별로 MOU(이행각서)를 체결할 방침이며, 그래도 미이행시에는 타금융업종의 부실금융회사에 적용하는 영업정지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또 증자 계획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하고,부대서비스와 경비를 최대한 감축하라는 지시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고 나선 것은 당국의 안정화대책 및 금융권의 협조로 카드채문제가 채권시장 전체를 마비시키는등의 극단적인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 이제부터는 문제의 본질인 카드산업의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정책수순을 밟아 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1987년 전문계카드사가 등장한 이후 국내 9개 전카드사가 처음으로 올해 1월중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G, 삼성등 9개 전업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3천1백9억원에 그쳐 2001년의 2조4천8백70억원보다 무려 2조1천억원이 감소했었다.
특히, 지난해 각각 3천5백40억원, 5천5백36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LG,삼성카드도 1월엔 각각 1천억원대와 4백억원정도의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최근 김진표부총리가 신용카드사들이 증자및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수수료율인상에 따른 수지개선효과까지 겹쳐 올해중 적어도 6개사는 흑자결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는 전반적인 카드사들의 경영호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인 동시에 이를 뒤집을 경우 소수의 카드사들은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잇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일부 카드사들의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모은행이 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업계카드사 한 곳을 상대로 카드사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카드산업 구조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카드사들간 우열이 보다 분명해 지고, 사별 자생력 여부가 검증될 경우 M&A등 카드사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분명한 것은 투자금융회사, 종합금융사, 생보사, 그리고 IMF직후 은행까지 과거 문제가 됐던 금융업종이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해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카드업종도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