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정책효과 지켜봐야…2분기 잠재수준 회복세 기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고은빛기자]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연1.75%로 동결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행해온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기가 미약하지만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올 2분기에는 잠재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금리 효과 지켜봐야…정책 효과에 소비 청신호"
이 총재는 9일 한국은행 소공동 본관에서 개최된 4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을 포함해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올해 성장률 및 물가전망치는 낮췄지만 지난달 이를 계상해 금리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 여건에 대해서는 미흡하긴 하지만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저유가에 따른 소득여건 개선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조치로 인해 소비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이후 8개월이 지난 만큼 통상 반년~1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인하 효과가 소비와 투자 진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완화적 정책이 실물에 파급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수출 감소세에 대해서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을 배제하면 2~3%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유가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우리 수출의 구조적 여건이 어렵다는 부분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최근 수출의 감소세는 유가의 영향이 크지만 원화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타 통화대비 달러 약세 폭이 작기 때문에 수출에 불리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와 중국 당국 규제에 따른 가공무역 제한 등을 감안하면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 3.1%로 하향…"세수부족 등 상하방 리스크 반영"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날 발표될 수정경제전망 수치가 종전보다 0.3%p 낮아진 3.1%라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GDP실적치가 속보치(0.4%)에 못미치는 0.3%에 그친 점과 1분기 지표 부진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2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잠재수준 정도의 회복세를 나타내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GDP성장률을 3.4%로 내다보고 분기당 0.9%~1% 수준의 성장세를 예상해왔다.
이 총재는 "이번 전망치에 상하방 리스크를 함께 고려했다"며 "저유가는 소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으나 고령화 진단에 따른 노후대비와 가계부채 상환부담 증가, 구조적 요인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 세수 부족은 올해에도 되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재정에서 좀 더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으나, 올해 성장과 물가 추세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세수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역시 반영해 경제 전망치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이 빨리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며 "경제주체 특히 정치권이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는 입장만 내놨다.
◇추가 인하 가능성?…"지표따라 가겠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거시경제 흐름과 상하방 리스크 변화 추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통화정책의 중심에 거시경제지표를 내세우면서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에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가계부채는 금리 결정할 때 늘 고려대상"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3월에 금리를 내린 것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긴 하지만 경기 하방리스크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시급성 때문이었다"며 "3월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될 수 있어 금통위원들이 여전히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금리를 고려하면 '0%'대 금리로의 추가 인하 여력이 발생할 수 있지 않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실제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예금·대출금리와 물가의 구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하면 실질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현 금리가 실물경기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