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률 전망 또 하향…'3%대' 지킬까
가계부채·노후불안 등 소비 제약…세수결손 규모 관건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조정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상품수출 등 주요 경제 부문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정책 및 금리 인하 효과로 2분기 이후에는 회복세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린 중앙정부의 세수부족이 올해도 되풀이된다면 성장률이 3%대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9일 '2015년 경제전망(수정)'을 발표하고 올해 GDP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전망치는 지난 1월 발표수준(3.0%)보다 0.3%p 하향한 2.7%로, 하반기 전망치는 3.7%보다 0.3%p 낮춘 3.4%로 조정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하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해 4분기 세수부족에 따른 예산집행 실적 부진과 올 초 지속되고 있는 소비 및 수출 위축현상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세수부족이 10조원 이상 나타나면서 4분기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 등으로 상승효과는 제약된 상태"라며 "수출은 저유가 지속으로 가격 기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수출이 올 상반기에만 0.6%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연간전망치도 종전보다 0.5%p 감소한 2.9%에 그쳤다. 상품수입 전망도 0.4%p 하향한 3.0%로 관측됐다. 민간소비는 0.3%p 줄어든 2.3%,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각각 0.6%p, 0.9%p 하향된 5.4%, 6.1%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종전보다 0.1%p 상향된 3.4%의 성장세로 판단됐다.
한은은 분기별로 0.9% 수준의 성장경로를 보인다면 3.1%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부터 단행한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세계 경제 회복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서 부총재보는 "국제유가 하락의 효과로 실질구매력이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올해 내수부문의 성장기여도는 2.1%로 수출(1.0%)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 국장은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저유가 지속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됨에 따른 수요 진작 측면과 휴대폰과 자동차 등의 신제품 출시 효과 등을 반영했을 때 수출이 우려보다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약한 소비심리와 가계부채 부담, 중국 성장세 둔화와 일본 추가 양적완하에 따른 엔화 약세 등의 하방리스크도 혼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여건이 소비 및 투자를 제약하는 상황에서 기업 성장세가 부진하고 가계의 소득 및 소비가 크게 살아나지 않아 세수 결손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장 국장은 "저금리 지속으로 이자지급 부담은 경감되겠지만 가계부채 누증과 안심전환대출로 단기적인 원금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가계부채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감으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는 오는 10월께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요 하방리스크로 정부의 세수 결손 현상도 지적됐다. 장 국장은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을 감안해 올해에는 6조원 내외의 세수 부족을 전망했다"며 "결손 규모가 이보다 커질 경우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열린 4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올새 성장률과 물가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상된다"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