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지분 쪼개판다…'과점주주 매각'에 무게

2015-07-21     정초원 기자

지분 30∼40% 지배주주·과점주주군에 매각
박상용 공자위원장 "경영권지분 매수의향자 없어"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으로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도입한다. 그간 수요 점검 결과, 경영권지분 매각은 쉽지 않은 반면 과점주주 수요는 일부 존재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1일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사진)은 금융위원회 1층 기자실에서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공자위원들은 우리은행의 조속한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그간 4차례에 걸쳐 추진해 왔던 경영권지분 매각방식 뿐만 아니라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추가로 도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추진했던 경영권 지분 매각 가능성도 열어두되, 과점주주 매각방식에 우선순위를 두고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매각 방식은 '과점주주 매각'과 '잔여지분 매각' 등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우선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48.07% 중에서 30∼40%를 지배주주 또는 과점주주군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이제는 경영권지분 매각을 위해 수요자를 찾아다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투자자가 매수 의향을 밝힐 경우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자위가 최근 진행한 수요 조사에서는 마땅한 경영권지분 매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과점주주군 형성 이후 남은 지분(최대 18.07%)은 민영화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누리는 차원에서 일단 보유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하기로 했다. 사실상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51.04%지만, 지난해 소수지분 매각 당시 약속한 콜옵션 이행을 위해 2.97%는 남겨놓을 방침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소수의 주요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인위적인 과점주주 체제' 금융사 지배구조가 도입되는 셈이다.

박 위원장은 "외국의 큰 은행들을 보면 소유구조가 전부 과점주주 체제로, 5개 정도의 과점주주가 25% 정도를 소유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다만 외국의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과점주주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은행의 경우 매각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투자자들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1인당 매입 가능한 물량은 이미 보유중인 물량을 포함해 최소 4%에서 최대 10%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주식 최대 규모인 4%를 최소로 설정하되,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10%를 제한선으로 잡았다. 총 물량은 과점주주군을 형성하는 취지를 고려해 경영권 행사 가능 규모인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매각방식은 희망수량경쟁입찰을 비롯해 잠재 매수 수요를 감안해 결정할 계획이다. 희망수량경쟁입찰은 매각물량에 이르기까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복수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어, 처음부터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원하는 투자자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박 위원장은 "예보가 주식 자산을 매각할 때에는 국가계약법의 준용을 받도록 돼있는데, 국가계약법이 허용하는 매각 방안과 실제 우리가 매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방안 사이에 갭이 존재한다"며 "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공자위는 우리은행의 조기 민영화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추진토록 하고, 민영화 이후 정부가 경영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매수자 수요조사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우리은행 매각 이후에도 정부가 계속해서 경영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매각 전이라도 우리은행의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관리 방식을 대폭 개선하고, 매각이 성공할 경우 MOU를 즉시 해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확인된 투자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매각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자위는 내달부터 투자 수요 조사 회의를 거쳐 추후 일정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을 연기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매각 구체적인 방안을 설계하는 방안을 즉시 시작하겠다. 예보와 매각주관사를 통해 시장수요가 확인되고, 매각 여건이 성숙됐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