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요금제 '속도제한', 주파수 확보로 개선될까?
3G보다 속도 느려…이통사 "헤비유저로부터 보호 장치"
[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량 이상 사용분에 대해 3Mbps의 속도제한을 적용받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한정된 주파수로 급증하는 통신 트래픽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데이터 과다사용자들로 인한 트래픽 폭증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 초과 사용량에 대해 전송속도를 3~5Mbps로 낮추고 있다.
3Mbps의 bps(bit per second)는 초당 전송할 수 있는 bit의 단위다. 8bit는 1byte이기 때문에, 3Mbps의 전송속도는 초당 384Kbyte 수준으로 3Mbyte/s보다 8배 느리다. 즉, 3MB MP3를 받는 데 8초, 6MB MP3를 받는 데 16초가량 소요된다.
이는 3G보다도 느린 속도다. 미래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4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3G 통신 최고속도는 5.5Mbps(SK텔레콤)이다.
3Mbps 전송속도 환경에선 멀티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HD급(1024*720), 풀 HD급(1920*1080) 동영상 시청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3Mbps 속도로 동영상을 시청하면 끊김 현상이 반복돼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며 "속도 측면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동영상 시청을 위한 요금제가 아니라 네이버 검색과 같은 웹서핑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만든 요금제"라고 설명했다.
이통사 입장에선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헤비유저들에게 전송속도 제한을 걸지 않으면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송속도 제한이 없다면 동영상 콘텐츠를 많이 사용하는 헤비유저들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제한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선 주파수 할당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빠른 통신속도를 기반으로 동영상 소비량이 많아지자 무선통신 트래픽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무선통신트래픽은 15만2318TB(테라바이트·1024GB)로 전년도 같은 기간 9만8397TB보다 54% 급증했다. 지난 2013년보다는 트래픽이 114%(8만1457TB) 오른 수치다.
또 최재유 미래부 차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 회의에 참석해 "통신 트래픽이 처리용량의 80%가 넘으면 위험신호인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80%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 바 있다.
LTE 가입자들이 빠른 전송속도를 기반으로 방송, 영화 등 영상콘텐츠 많이 이용하자 통신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현행 3Mbps의 속도제한을 풀 경우, 자칫 트래픽이 처리용량을 넘어서 통신망에 마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 문제는 전송속도 제한과는 또 다른 사안"이라며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제한을 없앤다면 어느 이통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KT 관계자는 "주파수를 추가로 받는다고 여유롭게 남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폭증은 계속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속도제한은 소수의 헤비유저가 망을 대부분 차지하는 것을 막아 다른 고객들의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트래픽 급증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르면 올해 말 이통사를 대상으로 주파수를 경매한다. 이른바 '황금주파수'라고 불리는 700㎒ 주파수 대역 40㎒폭을 비롯해 1.8㎓ 대역 20㎒폭, 2.1㎓ 대역 20㎒폭, 2.6㎓ 대역 60㎒폭 등 총 140㎒폭이 경매 대상 후보군이다.
이통사간 주파수 확보를 둘러싼 혈투가 예상되지만 140㎒폭은 애초 정부가 발표한 주파수 확보안보다 적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모바일광개토플랜 2.0'에서 올해까지 총 170㎒폭을 이통사용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 이통사가 쓰고 있는 주파수가 330㎒폭인 상황에서 경매로 140㎒폭이 추가되면 운용 주파수가 절반가량 늘어나는 셈"이라며 "지금보다 주파수량이 넉넉해져 트래픽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통사를 대상으로 한 주파수 경매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후에도 계속 진행될 것이지만, 늘어나는 트래픽 증가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