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상수지 41개월 연속 '최장 흑자'…세부 수치는 '암울'

2015-09-02     이은선 기자

수출 9개월째 뒷걸음질…여행수지 7년 만에 '최악'
증권투자 유출도 급증…주식·채권서 50억달러 나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7월 경상수지가 101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41개월 연속 최장 흑자 행진을 이어갔으나, 세부 수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감소했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여행수지는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면서 증권투자 순유출 규모도 1년 반 만에 최대치로 확대됐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가 101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 2012년 3월부터 41개월째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사상 최대 흑자 규모를 기록한 전월(121억1000만달러) 대비해서는 20억달러 가량 줄어들었으나, 전년동기대비해서는 22억3000만달러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올 1월부터 7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는 624억3000만달러로 전년 같은기간(473억1000만달러)보다 32%나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상품수지 흑자 덕이다. 저유가로 수입가격이 수출보다 크게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의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7월 상품수지는 108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67억9000만달러) 대비 40억달러 이상 늘었다. 국제수지 기준 수입은 20.6% 급감한 37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출은 48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4% 급감해 전월(-2.1%)대비 감소폭이 확대됐다.

박승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상품수출이 올해 들어 감소 전환된 이후 7월까지 감소세를 지속했다"며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 감소와 해외수요 부진, 가공 및 중계무역의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와 가전, 디스플레이패널 등의 일부 수출 주력 품목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통관기준으로 보면 7월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3.4% 감소한 46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선박(58.2%)과 반도체(6.3%), 철강(4.2%) 수출은 늘었지만, 석유제품(-28.2%), 가전제품(-20.2%), 정보통신기기(-16.2%), 가전제품(25.4%)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 통관기준으로는 전년동기대비 15.3% 감소한 388억5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원유와 가스, 화공품, 광물, 철강재 등 원자재 수입이 일제히 감소하면서 원자재 수입총액은 전년동기대비 26% 감소한 183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소비재도 곡물(-10.5%)과 비내구소비재(-3.4%), 직접소비재(-3.0%)를 중심으로 전년동기보다 2.6% 감소한 56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자본재의 경우 수송장비 수입은 17.5% 줄었으나, 정보통신기기(14.3%), 반도체(6.3%), 기계류 정밀기기(3.3%)에서 증가하면서 전년동기보다 2.0% 늘었다.

황상필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저유가 영향으로 수출입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7월 통관기준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3.4% 가량 감소한데다 해외 가공 무역 부진, 선박 조정 과정에서 영수되는 부분이 작아지면서 국제수지 기준 수출이 전월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비스 수지는 19억2000만달러로 전월(-25억달러)대비 적자폭은 다소 줄었지만, 전년동기(3000억달러 흑자) 대비해서는 적자 전환됐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14억5000만달러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타사업서비스 수지 적자폭은 전월 12억8000만달러에서 7월 6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가공서비스는 5억1000만달러 적자, 운송은 1억8000만달러 적자를 유지했고, 건설은 9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월(7억5000만달러) 대비 확대됐다. 지식재산권사용료는 전월 1억6000만달러 적자에서 7월 2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박 부장은 "메르스 여파로 7월 입국자수가 전년동월(135만5000명) 대비 53.5% 급감한 63만명으로 줄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며 "이외에도 운송수지 적자전환, 해외건설 부진에 따른 건설수지 흑자폭이 축소로 서비스 수지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중국 가공·중계무역 제한 이후 해외 생산에 따른 직접투자가 환입되면서 증가 추세에 있는 본원소득수지는 전월(16억8000만달러) 대비 다소 축소된 1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월(14억9000만달러)대비해서도 다소 줄어든 수치다. 배당소득 흑자분은 7억8000만달러, 이자소득은 4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급료 및 입금은 300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황 팀장은 "본원소득수지 규모가 전년동기에 비해 축소된 것은 이자소득 수입이 줄어든데 주로 기인한다"며 "전월 크게 늘었던 배당소득 수입이 축소되면서 전월대비해서도 다소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금융계정의 유출초 규모는 106억4000만달러로 전월(104억9000만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직접투자의 유출초 규모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순유입 전환 등으로 전월(49억9000만달러)보다 크게 축소된 1억2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증권투자의 유출초규모는 해외 증권투자 축소에도 외국인 증권투자의 순유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71억5000만달러로 늘었다.  이는 지난 2014년 2월 73억9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부채 중 주식에서 21억6000만달러, 채권에서 27억9000만달러가 유출됐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은 9억7000만달러 줄었다.

박 부장은 "그리스 사태 등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불안 여건 때문에 증권투자 자금이 크게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준비자산은 환율 변동분으로 외환보유액이 39억30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환율 영향을 감안하다 보니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