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U+, '다단계 판매' 단통법 위반 과징금 23.72억원

2015-09-09     박진형 기자

野 "피해 확산 우려"…與 "적법하면 문제 없어"

[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다단계 대리점을 통한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위반한 LG유플러스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6차 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 및 관련 다단계 유통점의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을 심의하고 과징금 23억72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 사무국은 다단계 영업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한 LG유플러스 대리점 12곳을 조사해 7곳에서 △수수료 부당산정 △개별계약 체결 △지원금 과다지급 △지원금 차별유도 등의 위반 사실을 확인했으며, 12곳 모두 △사전승낙 미게시를 위반했다고 보고했다.

다단계 대리점 중 아이에프씨아이의 위반사항이 5만627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엔이엑스티(1만7954건), 비앤에스솔루션(1만304건)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LG유플러스 관련 다단계 유통점 4곳은 다단계 영업을 통해 이용자로 가입한 8만5720명에게 판매수당, 직급포인트 등의 명목으로 우회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판매 기록이 없는 이용자에게도 판매수당이 지급돼 사실상 단말기 유통법을 위반한 불법 지원금이라는 지적이다.

공시·추가지원금 상한액을 초과해 최대 15만4000원의 불법 지원금이 제공된 것으로 방통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용자들과 개별계약을 체결한 것도 문제가 됐다. 별도의 불법 지원금을 주는 대가로 특정 요금제(부가서비스 포함) 사용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고객에게 서비스 이용과 해지를 제한한 것이다.

또 LG유플러스가 일반 대리점 대비 다단계 대리점 8곳에 평균 3.17배 높은 수수료(판매장려금)를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일각에선 다단계 판매 구조에서 높은 판매장려금은 불법 지원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마케팅정책에 따라 조사된 다단계 대리점마다 받은 수수료는 각각 달랐다.

단말기유통법상 대리점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사전승낙을 받아 판매점을 선임하고 해당 판매점은 그 사실을 영업장에 게시해야 한다. 그러나 판매점 지위에 있는 다단계 판매원이 이통사의 사전 승낙을 받은 사실을 게시하지 않고 영업해 지적을 받았다.

다만 방통위 사무국은 사전승낙 미개시 사실만 확인된 에이씨앤코리아, 아이윈, JRC코리아, 인바이트커뮤니케이션, 모바일로드 등 대리점 5곳에 대해선 '위반 없음'이라고 보고서에 표기했다.

수수료 부당산정, 개별계약 체결, 지원금 과다지급, 지원금 차별유도 등에 비해 단말기유통법 위반 강도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다단계 판매하려면 단말기유통법 고쳐야"

다단계 판매는 가입자가 1인 판매점이 돼 단말을 유통하고 판매장려금을 받는 구조다. 불특정 다수 보다 지인에게 판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매장이 없고 직접 소비자를 만나 기기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문판매법은 판매상품의 가격이 부가세포함 16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의 경우 최대 1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24개월 약정 시, 요금제의 월 정액이용료 등과 기기값을 합산하면 160만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방문판매에서 정한 160만원은 서비스 이용료를 뺀 순수 상품의 가격을 뜻한다. 불법 지원금 지급, 개별계약에 특정 요금제 강요 등을 제외하면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이동통신사의 다단계 판매에 대한 방통위의 공식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과징금 제재 등 오늘 보고한 시정조치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다단계 판매를) 우리가 활성화하자는 것은 단말기유통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어 "(다단계 판매를 하려면) 단통법을 고쳐야한다"며 "방통위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야당 추천 위원인 고삼석 상임위원은 다단계 판매의 허용·금지 여부와 합법과 불법행위 문제를 별개로 분리하면서, 전자의 경우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후자의 경우엔 합법적으로 다단계 판매가 이뤄지더라도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 위원은 "판매원 면접에서 면접관이 고수익 보장한다고 말하는 등 면접 매뉴얼에 피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며 "소비자 민원에 대해선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공정위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 측 위원들은 적법하게 운영되는 다단계 판매는 문제가 없다거나, 방통위는 단말기유통법을 위반 여부만 심사하면 된다고 이번 사안을 봤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방문판매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해 적법하게 운영돼온 비즈니스 모델(다단계 판매)이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단계 판매 자체를 못하게 해선 안 되고 건전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원제 상임위원은 "우리(방통위)는 단말기유통법상 위반이 있었느냐만 보면 되고, 다단계 판매 자체를 위법이다, 아니다라고 보는 건 아니다"라며 "법에 금지시킨 행위를 했을 때만 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이통사의 다단계 판매가 단말기유통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방통위가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설명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위반행위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모든 온라인 유통점, 중소유통점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서 안되는 것과 같다"며 "위반된 사항을 모두 시정한다는것을 전제로 좀 지켜봐야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