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국감, 조선사 금융지원으로 '여신건전성 악화' 질타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수출입은행의 부실여신 문제를 둘러싼 질타가 잇따랐다. 특히 기획재정위원들은 수출입은행이 국내 중·대형 조선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여신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재무건전성과 BIS가 시중은행 중에서 최하위인데,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구 노력이나 정부 지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도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에서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이 빠지면 수출입은행이 7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연결 재무제표에 성동조선해양 실적을 반영하게 된다"며 "국제경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극도로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수출입은행은 정부 출자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결국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올해 대규모 부실이 뒤늦게 반영된 대우조선해양에 8조8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했으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는 성동조선해양에도 2조1000억원을 대출해줬다. 특히 성동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지난 5월 채권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000억원을 단독 지원했고, 올 연말까지 2600억원을 추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 행장은 "올 연말에 BIS 비율이 1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런 걱정이 나오는 것은 지당하다"면서도 "다만 BIS 비율이 낮아지는 부분은 성동조선해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BIS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부실 문제 때문이 아니라 수출입은행의 여신부분이 꾸준히 팽창해왔기 때문"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여러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여신이 증가했지만, 자본은 늘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명재 의원은 "자본금 충당 문제가 아니라 수출입은행의 여신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것 아니냐"고 재차 질문했고, 이 행장은 "여신 관리는 건전성 관리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BIS 비율과 직접적인 연결관계를 갖지 않는다"며 "조선사 부실 부문을 빼면 수출입은행의 기업 부실 여신(총 연체율)은 0.7%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기재위원들은 해양플랜트 사업 지원을 지속해 온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홍종학 새누리당 의원은 "해양플랜트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손실이 났는데도 계속 하겠다는 것은 정부 돈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하겠다는 건가"라며 "이 사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데 심사를 제대로 한건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제대로 심사를 못한 탓에 한국 조선사가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 아니냐"며 "수출입은행이 부실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를 늘렸다고 봐야한다. BIS 비율 높이기 위해 정부 출자를 늘려달라고 했고, 그 결과 늘어난 여신한도액을 부실기업에다가 지원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행장은 "(조선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수출입은행의 역할이다"라며 "해양플랜트 지원은 결과적으로 잘못했다고 결론이 났지만, 그렇게 안해줬다면 한국 조선사가 발전을 못했을 것이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경쟁력은 지금도 1위다"라고 반박했다.
올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을 떠안아야 하는 부분도 수출입은행으로서는 부담되는 부분이다. 이 행장은 "(다른 채권기관이) 다 빠지면 (지원은) 우리가 해야 한다"면서도 "채권단 협의를 다시 진행한 뒤 정책금융기관들이 협조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성동조선해양 지원과 관련해 반대매수청구권을 청구했던 무역보험공사가 다시 채권단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동조선 임원이 전체 은행출신으로 구성된 것이 바람직하냐"며 "성동조선해양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연봉도 각각 4억원과 1억2000만원으로 과한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행장은 "임원 전원이 주로 무보와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출신으로 회사 경영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인데, 현재 사장이 공석이라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연봉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조사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수출입은행의 여신이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최근 몇년간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은 계속 낮아졌고, 대기업이 대기업 차지 비중은 74.8%나 됐다"며 "왜 대기업에 대출이 몰려 있냐"고 물었다.
이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주 목적이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수출을 하는 것이다 보니, 국가전략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 지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온렌딩같은 방법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며, 단계별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중소기업진흥청, 기술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의 여신잔액현황을 보면 대기업 비중이 너무 높다"며 "지속적인 자기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BIS비율이 점차 하락하는 원인이 대기업 편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해외건설·플랜트·조선업에 치중한 여신 포트폴리오로는 수출입은행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행장은 "경제 불황과 함께 세계적으로 교역이 축소됐고, 수출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수출 진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 당면해 있는 문제로 인해 전통적으로 큰 포션을 차지하는 건설·플랜트·조선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플랜트·조선업의) 수출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작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특히 조선업과 해운업이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슬기롭게 구조조정하고 대처 방안을 만드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의사결정 구조 개편, 감독권 강화 등 다양하고 효율적인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행장은 "수출입은행이 개선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정책금융기관들의 역할에 대한 재정비가 계속 논의되고 있는 만큼, 수출입은행의 운영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모뉴엘 사태로 '선정 기준 논란'에 올랐던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제도도 국감 이슈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수출 강소기업을 키우는 히든챔피언 여신 잔액이 일반 중소·중견기업 여신보다 7배 넘게 증가했다"며 "일반 중소 중견기업의 여신잔액 증가율에 비하면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리스크 감소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지난해 모뉴엘 사건 이후 여러 부분에 대한 강화작업을 하고 있다"며 "선정 기준부터 육성 방법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개편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으로 크고, 중견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