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적자 원인' 용선료 협상 발벗었다

2016-02-22     황준익 기자

"고가 용선계약이 가장 큰 문제"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 자구안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목돼온 용선료 인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미국 법률사무소 밀스타인으로 구성된 용선료 조정 실무단은 이날부터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본격 협상에 돌입한다. 용선료는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리는 가격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날부터 실무단은 유럽을 돌면서 해외 선주들과 협상을 시작한다"며 "밀스타인 소속인 마크 워커 변호사가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실무단은 영국 런던에서 해외 선주들과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음달 중순까지 용선료 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나선 것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채권단인 산업은행 역시 용선료 인하를 적극 강조했다.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2007~2008년 선박업계가 호황이던 시절 용선 계약을 굉장히 고가에 한 것이 현대상선의 가장 큰 문제"라며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와 회사채 채무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용선은 굉장히 비싸고 운임은 적은 구조로 계약이 돼있다"며 "이런 구도 아래서 현대상선이 입는 손실이 2000~3000억원 정도다. 최소한 얼마라도 용선료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재(2016년 1월 기준) 현대상선이 운영하고 있는 선박 125척 중 85척(컨테이너선 35척, 벌크선 50척)이 외국 선주로부터 빌려왔다. 2014년 용선료만 2조1000억원을 지불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1조4500억원에 달한다. 6조원 정도인 현대상선 매출액 대비 30%가 넘는 규모다.

현대상선은 해운업이 활황이던 2010년 선주들과 고가의 장기 용선계약을 맺었다. 물동량이 많은 상황에서 배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선박 발주 대신 용선은 단기간에 규모를 키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계약은 해운업이 침체되면서 용선료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됐다. 현대상선은 운임하락과 높게 설정된 용선료 탓에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장기용선 계약에 따라 1만3000TEU 컨테이너 선박을 하루 5만달러 정도를 주고 빌린다. 지금은 1만달러도 안된다"며 "현 시세와 지불하는 용선료 차이가 커 현대상선 적자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업계는 현대상선이 사활을 걸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은 퍼센티지(%) 문제일 뿐 조정은 가능할 것"이라며 "선주사도 협상을 거부하면 큰 이득이 없다. 업황 침체로 장기 고객을 잃는 리스크뿐만 아니라 용선료를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가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외국 해운사들 역시 이런 식으로 해왔다"며 "다만 대부분 그리스 선사들과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 짓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지난 2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 등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자체 경영정상화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우선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등 금융3사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정은 현대그룹이 회장이 사재 300억원을 내놓았다. 벌크전용선사업부는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