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부당사례' 적발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롯데홈쇼핑의 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부당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홈쇼핑은 감점사안을 축소시켜 '턱걸이 재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25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등 기동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7건에 대해 관련자 10명을 징계 요구했다. 특히 감사원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먼저 미래부는 2014년 TV홈쇼핑 재승인 심사계획을 세우면서 방송의 공적책임 이행 및 불공정 거래관행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평가 항목 중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공정성 평가항목)에 배점 200점을 책정했다. 그리고 사업자가 100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재승인을 거부하거나 조건부 재승인을 하도록 하는 '과락제'를 도입했다.

세부평가는 업체 임직원이 배임수재 등의 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1심 기준) 받으면 임원 이상은 4점, 직원은 2점씩을 인원수대로 합산해 감점하도록 정했다.

문제는 재승인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미래부에 허위보고서를 제출한 것. 롯데홈쇼핑은 미래부에 2차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와 전 임원 이 모씨를 누락한 채 형사처벌 대상을 6명이라고 보고했다.

실제로 형사처벌 대상은 총 8명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4년 3∼6월 홈쇼핑 론칭이나 황금시간대 광고 편성 등의 명목으로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뇌물수수를 받거나 공금횡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신 전 대표를 비롯해 7명이 구속 기소됐고, 전·현직 상품기획자(MD)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결국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과정에서 임원 1명과 직원 5명의 범죄내역만을 제출해 14점 감점에 그쳤다. 공정성 평가항목 총점은 102.78점으로 과락을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누락된 2명에 대한 유죄선고 내역을 반영하면 각각 4점씩 총 8점이 감점된다. 공정성 평가 항목에서 94.78점을 맞아 과락을 맞았어야 했다.

더욱이 미래부 공무원들은 세부평가 항목과 배점 등이 기재돼 있는 대외비 문건을 롯데홈쇼핑에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유관기관을 통해 판결문을 입수해야 했지만 '아는 변호사'에게 문의한 뒤 판결문을 입수할 수 없다고 단정 짓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미래부는 지난해 4월 외부인사들로 재승인심사위원회(9명)를 구성하면서 롯데홈쇼핑의 경영자문용역을 수행하거나 강사료를 받았던 심사위원 3명을 위촉했다.

해당 3명은 각각 롯데홈쇼핑으로부터 △24개월 동안 매달 200만원씩 4800만원의 자문료 △200만원 강의료 △160만원 강의료를 받았다. 이는 심사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미래부에 전달하고 관련 업무를 맡았던 담당 국장과 과장, 실무 직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또 롯데홈쇼핑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방송법에 의거 방송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 등을 얻을 경우 6개월간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 벌칙(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다만 현행 규정상 재승인 취소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감사원은 추가로 롯데홈쇼핑이 고의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미래부 공무원과 롯데홈쇼핑 사이에 유착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 결과를 검찰에 수사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전직 임원 비리 사실은 당시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표된 내용으로 고의적으로 누락하지 않았다"며 "신 전대표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문제로 재판기록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재승인 심사 당시 납품업체들에 '갑의 횡포'를 한 것으로 낙인찍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함께 심사를 받았던 현대와 NS홈쇼핑이 통상적으로 5년 재승인을 받은 것과 달리 롯데는 3년 재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