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미 FTA] 제약사 수혜 기대…보령·녹십자·LG생명과학 '주목'
"성장 잠재력 높고 경쟁력 갖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한국과 중앙아메리카(중미) 6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협정을 맺은 6개 국가는 과테말라, 니카라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다. 해당 국가들는 신흥제약시장(파머징시장)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6개국은 중남미 국가 국내총생산(GDP) 규모 5위(2098억달러)를 차지하며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시장 조사기관 IMS헬스는 이 시장이 2020년까지 연간 7~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시장 성장률의 2배에 이른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사가 수출하고 있는 상위 20개국 중 중남미 국가는 브라질(13위) 한 곳뿐이다. 브라질로 수출되는 완제의약품 규모는 7699만달러(약 911억)로 전체 수출시장(약 1097억원)의 10%도 못미친다. 하지만 국내 의약품이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FTA를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거라는 전망이다.
현재 중남미 지역에 진출한 주요 제약사는 보령제약, 녹십자, LG생명과학 등이다. 보령제약은 2011년부터 멕시코 의약전문 기업 스텐달과 손잡고 중남미 13개 지역에 수출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뇨복합제 '카나브플러스'와 고지혈증복합제 '투베로'를 포함해 총 4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이중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는 주력제품으로 지난해 8월 멕시코 순환기내과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계열 단일제부문 주간 처방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9월에는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와 '투베로'의 독점판매권을 제공하는 2373만달러(약 320억원) 계약을 맺었다.
LG생명과학도 현지 파트너사와 판매제휴를 맺고 브라질과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 3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이브아르(미용성형필러)와 부스틴(동물의약품·산유촉진제), 제미글로(당뇨치료제)다.
녹십자의 경우 중남미 독감백신(GC플루) 입찰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3월에는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3200만 달러(387억원)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했다.
업계는 이번 FTA가 국내 제약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입을 모으로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협정의 세부 사항을 점검해봐야 하겠지만 국내 제네릭 제품들이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국내 제약사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국내 의약품에 대한 현지 시장의 신뢰도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보다 낮을 수 있지만 최근의 활발한 수출을 통해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령제약의 카나브 사례를 보듯이 중남미 지역에서 거둔 성과가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한국과 멕시코가 체결한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상호인정 양해각서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 의약품의 멕시코 인허가 기간도 단축되고 있다"며 "관세 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출 품목들도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