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본업 강화' 광동제약, 식품회사 '이미지' 탈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광동제약이 백신사업부를 출범시키며 전문의약품 강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수입한 약을 판매 대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료품 회사로 불리며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광동제약이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회사는 그동안 주력해왔던 영역과는 다른 전문의약품 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5년 백신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백신 9개 품목을 도입했다. 제품의 월 처방액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40억원을 넘어서며 순항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부터는 미국 바이오 제약기업 오렉시젠 테라퓨틱스로부터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를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콘트라브는 국내 도입 이후 10월까지 총 16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광동제약은 이처럼 의약품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실상은 판매 대행료만 가져가는 '대행업체'라는 눈초리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약보다 외자사에서 가져온 상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아 판매를 대신해 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가 '혁신'을 강조하며 낡은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도 다른 행보다. 최성원 대표는 올초 3대 혁신과제로 경영체계 혁신과 성장패러다임 혁신, 사고와 가치체계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저성장 무한경쟁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고와 차별성을 갖는 혁신"이라며 "이는 낡은 과거와의 결별과 전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하며, 단순한 구호가 아닌 강력한 실행을 수반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광동제약은 약품보다 음료 매출 비중이 높아 증권거래소로부터 제약회사가 아닌 식음료회사로 업종변경을 위한 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거래소측은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주된 업무의 기준이 설정되고 매년 정기 심사를 통해 업종 변경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회사의 주요 제품의 매출과 그 비율을 평가한 후 주된 영업 목적이 바뀌게 될 경우 중간중간 변경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광동제약은 옥수수수염차와 비타500과 같은 음료 사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는 1%도 채 되지 않아 '물장수'라는 오명을 받아 왔다. 회사의 2015년 매출은 5723억원으로 음료 부문(4072억원)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의약품 매출은 1651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연구개발 비중은 0.8%를 차지하고 있다.
최 대표의 포부와는 달리 광동제약은 신약 개발분야에 거액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부진과 내수침체 등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생산설비 구축이나 신약 개발분야에 거액의 투자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동반 성장 속에서 이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