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계 실적] 불황 모르는 KT&G…BAT·필립모리스는 '울상'
KT&G, 정부 규제에도 해외부문서 실적 방어…전년比 9.5%↑
필립모리스, 추징세액으로 순익↓…BAT, 파생상품 손실로↓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레종'·'에쎄'·'더원' 등으로 알려진 국내 대표 담배회사인 케이티앤지(KT&G)와 '말보로의' 필립모리스코리아, '던힐'의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금연 열풍과 흡연규제 강화 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 담배 수요는 점진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데, KT&G는 지난해 해외 수출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담배소비세 등 각종 추징세액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쓴맛을 보게 됐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티앤지의 지난해 담배부문 실적만 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조9682억원, 영업이익은 5.5% 증가한 1조3051억원, 당기순이익은 10.1% 증가한 1조87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 담배사업의 매출액은 22% 증가한 8309억원(434억개비)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출 실적은 전년도 9.5%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주력시장인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ESSE 미니슬림'과 캡슐제품 등 차별화된 제품이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수출도 동시에 늘었다.
다만, 가격 결정과 광고활동 등의 제약 등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사회 규제가 높아지면서 국내 담배사업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1조8394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KT&G는 에쎄, 더원, 레종, 보헴 등 전략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고가 브랜드 출시에 따른 수익구조가 개선되면서 다소 부진해진 국내 부문을 나름대로 보완했다.
실제 KT&G는 경쟁사의 공격적 가격전략과 잦은 신제품 출시 등에도 차별화 및 고가제품 등을 출시하며 지난해 점유율을 오히려 전년 대비 0.8%p 높였다. 특히, '에쎄 체인지' 4종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1.22%p 상승했으며, 이외 '레종 프렌치요고'와 '보헴 시가 리브레' 등 차별화된 신제품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지난 2015년에도 KT&G는 정부의 조세 인상을 비롯한 각종 규제 강화에도 '에쎄 체인지'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1.84%p 상승)을 꾸준히 늘려 나갔다.
특히 KT&G는 지난 2014년 불거졌던 정부의 담뱃세 인상 이슈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오히려 지난 3년간 꾸준히 올라 불황을 모르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 KT&G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2% 증가한 2조7426억원, 2015년에는 전년보다 2.9% 증가한 2조8217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다르게 필립모리스코리아와 BAT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코리아의 매출액은 6792억원으로 전년 대비 몸집이 16.2% 줄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5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중 개별소비세 997억5700만원과 담배소비세 및 지방교육세 추징금 1182억1200만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정부가 2015년 담뱃세를 올리기 전에 출하한 담배를 재고 상태로 뒀다가 담뱃세가 인상된 이후에 판매해 2000억원대의 재고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정부는 필립모리스코리아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 세금을 추징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 3월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및 지방교육세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BAT코리아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5.7% 늘었지만,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외비용에서 11억원가량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편, '메비우스'의 제이티인터내셔널코리아(JTI)의 경우에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각각 67억원, 13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