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X' 초청장 못받은 韓언론…'김영란법' 역차별 논란

2017-09-12     이호정 기자

해외언론 '받아쓰기' 불가피…삼성전자, '갤노트8' 언팩행사 외국 매체 초청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한국의 기자들만 애플이 주최하는 아이폰X 공개 행사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자들은 관심이 집중된 '아이폰X' 발표 행사를 현장이 아닌 해외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글로벌 취재현장에서 한국 언론이 역차별을 받게 된 셈인데,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해외 IT매체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언론 IT담당 기자들에게 이달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신사옥 내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리는 아이폰 신제품 공개 행사 초청장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한국 언론사 기자 중 이 초청장을 받은 기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한국 기자들을 초청하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저촉 소지를 염두에 둔 것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까지 제품 발표 등 행사 때마다 한국 기자들을 일부 초청해왔지만 김영란법이 발효(지난해 10월)된 이후 올해 6월 5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7'에는 초청 대상에 처음으로 한국 기자들을 제외했다.

애플측의 이같은 판단은 글로벌 기업들의 언론 홍보 관행과 김영란법 규정의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제품 발표 행사에 참석해 현장 취재를 할 언론매체를 자사의 필요에 따라 미리 선별해 초청장을 발송하는데, 대부분 항공기 등 교통편이나 숙박 등을 기업 부담으로 제공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연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에서 해외 매체를 선별해 초청하고 항공, 숙박 등 비용을 부담했다.

문제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기업이 일방적으로 특정한 언론매체를 선정해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위법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매뉴얼에 따르면 행사 주최측이 공식적인 행사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교통, 숙박, 음식물이나 이에 준하는 편의 제공은 할 수 있으나, '공식 행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참석자가 특정되거나 차별되지 않고 개방돼야 한다. 기업의 자의적인 선별기준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 기업의 제품 발표나 개발자 회의의 경우 아직 판례가 없어 한국 기자를 초청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애플은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김영란법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애플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