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의원 "입찰제한 부정당업체들이 19조 계약 따내"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담합행위 등 비리가 적발돼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꼼수로 입찰에 계속 참여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달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난 8월까지 5년여간 부정당업체 166곳이 입찰 제한 제재 기간에 따낸 공공사업 계약이 모두 611건, 19조3419억원에 달했다.
공공조달 과정에서 각종 비리·비위 행위가 적발된 부정당업체는 최대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으며, 제재 대상 비리는 입찰가격 인하 등을 위한 담합,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 불공정 하도급 거래, 입찰 서류 조작 등이다.
하지만 대형건설사 A사 등 5곳은 담합행위로 3개월에서 1년까지 입찰자격이 정지됐지만, 제재 기간에 2000억원 상당의 소방방재교육 연구단지 건립공사 사업을 따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업체가 확정판결까지 2∼3년간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2017년 상반기 부정당업체가 신청한 가처분신청 365건 중 315건(86.3%)이 인용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최종판결이 확정된 본안 소송 216건 가운데 181건(83.8%)에서 '정부 결정이 옳았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최종판결에서 조달청이 승소하더라도 이미 낙찰받은 사업에 대해 취소 등의 제재는 어렵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으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부터 내고 보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소송 중 정부 행정제재에 대해 특별사면이 이뤄지면 기업들은 제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2000년대 들어 건설업체에 대한 행정제재 감면만 4차례 이뤄졌으며, 2015년에는 무려 2008곳의 건설사가 감면 혜택을 누렸다.
박 의원은 "소송 여력이 되는 큰 기업들은 가처분을 신청해 3∼4년간 버티다가 특별사면으로 처분을 면제받는 식으로 입찰제한 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며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