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게더] "밀리밀로 식품산업 한 획 긋고 싶다"
'제2회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 대상 받은 박진세·이우빈 대표 인터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졸업 동갑내기, 쌀로 만든 한끼 대체음료 사업화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양궁 선수가 첫 발이 빗나갔다고 해서 둘째, 셋째 화살을 안 쏘는 건 아니잖아요. 경기는 자연스레 계속되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청년들의 실패는 빛난다. 쉬이 꺾이지 않는 뜨거운 목표가 있어서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제2회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 결선에서 대상을 거머쥔 '밀리밀'은 실패의 맛을 아는 두 청년이 함께 쏘아올린 두 번째 화살이다. 이들은 밀리밀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농식품 산업에 한 획을 긋겠다는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옆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밀리밀의 박진세 최고경영자(CEO)와 이우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그들의 도전과 목표에 대해 들었다.
둘은 28살 동갑내기로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에서 20살 무렵부터 알고 지냈다. 박 대표는 학부 시절 농경제사회학과 벤처경영을 복수전공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가 트레이닝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뉴욕의 정보기술(IT) 미디어 스타트업 등에서 CEO 인턴 경험도 쌓았다. 이 대표도 작물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대학 연구실과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둘 모두 이른 바 '스펙 부자'인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좋은 직장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구태여 창업이란 '가시밭길'을 골랐다.
박진세(이하 박): 학부 때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게 됐어요. 큰 충격을 받았죠. 지구 반대편에선 저와 비슷한 또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창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저도 사업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얻게 됐죠.
이우빈(이하 이): 전 농식품 산업에 한 획을 긋고 싶었어요. 기업에 들어가서 꿈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제가 아니라 회사의 업적밖에 안 되잖아요. 내 손으로 한 획을 그으려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창업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처음 도전했던 건강 음료 사업에서 쓴맛을 봐야만 했다.
박: 싱가포르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아보카도 스무디를 접하게 돼서 이걸 학교로 들여와 팔았어요. 그런데 창업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경험이 부족한 탓이겠죠. 결국 사업을 접었어요. 이후 학회활동 등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실패 경험을 통해 배운 게 굉장히 많아요. 또 목표는 명확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해서 크게 좌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의기투합한 둘은 절차탁마 끝에 밀리밀을 탄생시켰다. 밀리밀은 볶은 쌀로 만든 한 끼 대체 음료다. 이름은 '밀리그램 단위까지 맛과 영양을 디자인한 대체식'이란 뜻을 담아 지었다.
박: 진짜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미래 대체식에 대해 계속 고민한 끝에 밀리밀을 만들었어요. 이미 비슷한 형태의 제품들이 시중에 나왔지만, 우리는 쌀을 로스팅해 더 특별하고 질리지 않는 맛을 내는 데 집중했어요. 앞으로는 다양한 기능을 넣어보려고 해요. 소비자 개개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둘은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사람이 가장 큰 밑천이라는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푼의 자본금도 없었던 두 명의 대학생이 시제품까지 생산해낼 수 있었던 건, 많은 이들의 도움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밀리밀이 입주해있는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대학교, 그리고 선후배 동료분들 등등.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앞으로도 이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 밀리밀이 예쁜 모습을 갖추게 된 것도 우리에 대한 믿음만으로 기꺼이 디자인을 도와주신 분이 있어서예요. 이 자릴 빌어 딥다이브디자인의 윤소운님께 감사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요.
밀리밀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겨준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를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이트진로는 본선에 진출한 팀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 등의 실무교육을 제공했다.
이: 사업에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인 피칭(사업 설명회)에 있어서 정말 많은 노하우를 얻었어요. 항상 우리 논리로만 피칭을 해왔었는데, 멘토들은 법적인 문제까지 세세하게 짚어주셨죠. 우승하면서 받게 된 1000만원의 상금도 큰 힘이 됐고요.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거든요.
박: 우승팀에게 주어진 홍대 팝업스토어 3개월 운영 기회도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데 이만큼 좋은 기회가 없죠.
무려 300여팀이 도전한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이들은 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앞으로 남은 기나긴 여정에 비하자면, 겨우 첫 발에 지나지 않는다.
박: 밀리밀을 통해 식품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제품을 완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많은 콘텐츠와 서비스, 기능을 새롭게 제시하려 해요. 밀리밀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것도 목표입니다.
이: 사실 개인적인 목표는 이미 이뤘어요. 가정을 꾸리는 건데, 지난주 토요일에 결혼을 했거든요(웃음). 농식품 산업은 상당 부분 고령화됐어요. 창업 계획을 밝히자 주변의 만류도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는 밀리밀을 통해 농식품 산업을 바꿔나갈 거예요. 농식품 산업의 선구자가 돼서 후배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습니다.